류현진과 어깨 나란히 한 ‘유령 포크볼러’… 그런데 박찬호까지 7명이나 더 넘어야 한다고?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제구 난조에 경기력이 들쭉날쭉했던 일본인 투수 센가 고다이(30‧뉴욕 메츠)는 18일(한국시간) 시티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와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진출 후 가장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6이닝 동안 3개의 볼넷을 내주며 다소 아쉬운 뒷맛을 남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3피안타 1실점의 호투였다. 여기에 6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12개나 잡아냈다. 아웃카운트 18개 중 66.7%를 탈삼진으로 장식한 것이다. 여기에 상대는 올 시즌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강 타선 탬파베이였다. 센가도 이날 에너지가 잔뜩 오른 듯 평소보다 세리머니가 컸다.
센가는 최고 시속 150㎞ 후반대의 빠른 공에 미국에도 ‘유령’이라고 소개돼 유명세를 탄 포크볼이라는 확실한 결정구를 가지고 있다. 실제 존에서 뚝 떨어지는, 기존 스플리터보다도 낙폭이 더 맹렬한 센가의 포크볼은 방망이만 유도하면 높은 확률로 헛스윙을 잡을 수 있는 구종이다.
다만 근래에는 볼카운트 싸움이 안 됐고,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타자들이 이 포크볼을 그냥 흘려보내는 전략에 고전했다. 이날은 달랐다. 적극적인 카운트 싸움으로 2S를 먼저 잡아두고 자신이 가진 구종을 모두 활용해 총 18번의 헛스윙을 이끌었다. 이중 포크볼로 7개의 헛스윙을 유도했는데, 헛스윙 유도 비율은 무려 70%에 달했다. 10번의 포크볼 스윙 중 인플레이타구는 단 하나였다. 압도적인 위력이었다.
센가의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다 탈삼진(12개) 경기였다. 12개가 만만한 수치는 절대 아니다. 2013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36‧토론토)의 메이저리그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이 12개다. 류현진은 2013년 5월 1일(한국시간) 콜로라도와 경기에서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12탈삼진 2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된 기억이 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통산 세 차례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다.
탈삼진을 잘 기록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김병현도 두 자릿수 탈삼진 기록이 두 차례밖에 없다. 플로리다 소속이었던 2007년 두 번에 걸쳐 10탈삼진을 기록했고 이것이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으로 남아있다. 대만 기록도 천웨인이 달성한 12탈삼진이다. 천웨인은 2012년 7월 30일 오클랜드전(당시 볼티모어 소속)과 2016년 5월 12일 밀워키전(당시 마이애미 소속)에서 두 차례 12탈삼진을 기록했었다.
다만 위로 보면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아시아 선수는 강속구보다는 제구 유형이고, 그래서 탈삼진 비율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지만 특급 선수들은 그렇지 않았다. 센가보다 더 많은 탈삼진을 기록한 아시아 선수만 총 7명에 이른다.
아시아 투수 최다 탈삼진 기록은 노모 히데오가 가지고 있다. 노모는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1996년 4월 14일 플로리다전에서 9이닝 3피안타 3볼넷 17탈삼진 1실점 역투로 메이저리그에 돌풍을 일으켰다. 이 기록은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아시아 후배들이 다가서지도 못하고 있다. 노모는 1995년 15탈삼진 경기를 한 기록도 있다.
현역 아시아 최다승 투수인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는 텍사스 소속이었던 2013년 8월 13일 휴스턴을 상대로 8이닝 1피안타 15탈삼진 1실점 역투를 기록한 바 있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도 여기서 나왔다.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 역시 2017년 9월 30일 7이닝 3피안타 무4사구 15탈삼진 역투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기록을 세웠다. 삼진을 많이 잡는다고 해서 꼭 무실점을 보장하는 건 아닌데, 다나카는 이날 실점이 없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2000년 8월 30일 밀워키전에서 8이닝 1피안타 3볼넷 14탈삼진 호투를 펼쳤다. 동양인 최다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박찬호의 오랜 경력에서 한 경기 가장 많은 삼진을 잡아낸 하루였다. 박찬호는 13탈삼진 경기도 두 차례 펼쳤다.
이와쿠마 히사시(당시 시애틀)도 2012년 7월 31일 토론토전에서 8이닝 13탈삼진을 기록한 바 있다. 마에다 겐타(미네소타)는 다저스 소속이었던 2016년 7월 11일에 13탈삼진을 기록한 게 개인 최다 기록이고,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역시 13탈삼진 경기가 두 차례 있다. 만약 노모의 기록이 깨진다면, 오타니가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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