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잔혹하고 중한 범죄"라면서 왜 이기영에 무기징역 선고?

法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으로 영원히 사회 격리 고려"
1997년 12월30일 마지막 사형 단행 '실질적 사형폐지국'

택시기사와 집주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 2023.1.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고양=뉴스1) 이상휼 박대준 양희문 기자 =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으나 사형제도는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극히 예외적 형벌이다."

19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최종원)는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기영(32)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은 '무기징역' 판결과 함께 30년간의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이기영은 최후변론에서 "나의 죄에 대한 변명은 일절 없다. 피해자에게 사죄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나에게 중형을 선고해 사회적으로 물의가 없도록 해달라. 엄벌에 처하는걸 정당하게 받아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무기징역만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형벌을 달성할 수 없어 생명 자체를 박탈하는 게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겠지만, 그 같은 견해를 누구나 인정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으로 영원히 사회와 격리하는 것을 고려했을 만큼 대단히 잔혹하고 중한 범죄이며 유가족의 고통도 상상할 수조차 없이 크다"고 판시했다.

또한 이기영이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는 점, 지난달 10일 유가족을 위해 3000만원을 공탁한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불린다. 1997년 12월30일 마지막 사형을 단행했다.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됐다. 그렇지만 법률상 사형제도가 존재해 지난해 말 기준 60명의 사형수가 있다.

이기영은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11시께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해 택시와 사고를 낸 뒤 "합의금과 수리비를 많이 주겠다"며 택시기사를 파주시 아파트로 데려와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숨긴 혐의, 지난해 8월 파주시 집에서 동거하던 전 여자친구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daidalo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