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배달원 “산꼭대기 방 월세가 50만원”
50만원 대출, 월이자 6000원 ‘감지덕지’
“신용이 낮은데, 그런 것을 따지지 않고 돈을 빌려준다고 해서...” 지난달 초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만난 김재명(29·가명)씨는 “한달 생활비 충당을 위해 대출을 받으러 왔다”고 했다. 최대 100만원까지 대출이 되지만 50만원 이상부터는 용도 소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동거 중인 여자친구와 각각 50만원씩 생계비 대출을 신청했다.
김 씨는 배달일을 하고, 여자친구는 사회복지사를 준비 중이다. 이들 커플은 은평구 신사동 빌라에 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를 내고 살고 있다. 김 씨는 “산꼭대기에 있는 집”이라고 했다.
배달 수입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는 “한 건 당 4000원이 들어오고, 수수료 등을 제하면 3300원 정도가 손에 쥐어진다. 하루 20만원을 벌 수도 있다”고 했다. 물론 이보다 더 벌 수는 있지만 그러려면 100건 가까이 배달 콜을 잡아야 한다. 또 주 7일 내리 일을 할 순 없다. 오토바이 속도 경쟁을 하다 사고를 겪은 터라, 눈이나 비가 오는 등 날이 궂으면 일을 쉰다.
벌이는 시원치 않은데 빚은 순식간에 불었다. 김 씨는 “17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벌다가, 군대에 다녀왔다”면서 “전역하니 스물셋, 친구들이랑 놀기라도 하려면 돈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럴싸한 직장을 가진 것도 담보도 없는 그가 돈 빌릴 곳은 2금융권 밖에 없었다. 저축은행서 500만원을 빌리면서, 금리가 얼마나 되는 지는 관심도 없고 알아야 하는 지도 몰랐다.
게다가 2금융권 500만원 대출은, 그를 1금융권에서 배제시킨 ‘결정적 한 줄’이 됐다. “돈 좀 벌어주고 싶어서...” 친구랑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출은 더 늘었고, 일하면서 갚는다해도 아직 2금융권에 1500만원 빚이 있다. 김 씨는 “이자가 17% 정도 되는 거 같다. 한달에 원리금이 50만원 정도 나간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대출을 받았는데, 아직도 빚이 남아있다”고 후회했다.
어림잡아 김 씨의 월 수입은 250만원. 매월 빚 갚는데 50만원 뿐 아니라 집세도 내야 한다. 어머니께 용돈도 드리고 식비만도 한달에 100만원은 든다. 김 씨는 “그나마 술을 마시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했지만, 남는 돈이 없다. 연인과 만난 지 3년이 됐고 동거도 하지만 결혼은 계획에 없는 이유다. 김 씨의 여자친구 이 모씨는 “(돈이 많이 들어서) 동거는 해도, 결혼은 못한다”고 했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불법사금융 피해 금액이 평균 수십만원 수준인 것에 착안했다. 100만원도 안되는 돈이 없어서 ‘휴대폰깡’ 등에 나선 이들을 보고, 정부가 ‘그보다 낮은 금리로 긴급 생계비를 빌려주면 어떨까’라는 게 대책의 시작이었다. 얼마나 많은 이가 찾을 지 가늠이 어려웠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김 씨는 “사는 곳 근처는 센터 예약이 다 차서 중구로 왔다”고 했다.
신용도를 따지지 않고, 금리도 더 낮기 때문이다. 소액생계비대출 금리는 연 15.9%. 숫자만 보면 고금리지만, 저축은행 나아가 대부업체랑 비교하면 합리적이다. 김 씨도 금융교육을 받기로 해 0.5%포인트 차감된 15.4%를 적용받았다.
금융위원회는 “금리를 숫자로 보면 높지만 50만원 대출 시 월 이자는 6000원 정도다”면서 “이를 갚지 못하면 ‘복지 프로그램’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소액생계비 대출은 복지프로그램이나 일자리 연계 등 사각지대에 있던 취약차주들을 감싸안는 포용 정책의 뜻도 담고 있다. 김 씨는 일단 직업이 있어서 소액생계비대출 상담시 취업연계 등 다른 자활 프로그램은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갚아야 할 돈’이란 인식도 명확히 갖고 있다. 김 씨는 “공짜로 주는 돈이 아니기에 어머니한테도 선뜻 지원하라고 알려주지 못했다”면서 “어차피 갚아야할 돈 아니냐”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성연진·서정은·홍승희·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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