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 기기’ 삼성까지 뛰어든 기회의 시장
‘이재용의 픽’ XR 사업전략 구체화
2027년 73억弗 규모로 성장 전망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유일의 마이크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조 업체를 인수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점찍은 확장현실(XR) 사업에 대한 전략이 구체화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XR기기 시장은 연내 애플을 시작으로 구글, 삼성전자 등 다양한 기업이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기회의 땅’이다. 삼성전자는 XR 헤드셋 등 하드웨어 뿐 아니라 마이크로 OLED 등 관련 부품에서도 우위를 선점, XR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의 OLED 전문업체 이매진(eMagin)을 약 2900억원에 인수했다. 이매진은 17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주당 2.08달러씩 2억1800만달러 가량에 삼성디스플레이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매각 가격은 이매진 주식의 전날 종가 1.89달러에 10% 프리미엄을 얹은 수준이다.
이매진은 미국 내 유일한 마이크로 OLED 제조 업체다. 2001년부터 마이크로 OLED를 개발·생산하고 있으며, 주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XR 기기에 탑재된다.
XR 기기 시장은 향후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미래 먹거리다. AR, VR, 혼합현실(MR)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쓰인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큰 관심을 보이며 신 성장 동력 사업 중 하나로 점 찍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20년 7월 수원사업장을 찾아 저시력 시각장애인용 시각 보조 VR 솔루션 ‘릴루미노’를 직접 체험하고 개선점을 제안했다. 3월에는 TV 제품에 적용된 릴루미노 모드를 시연하고 장애인 사용자 반응을 확인했다. 2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사업장을 방문해 핵심 디스플레이 사업을 점검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지난해 9억4200만달러(1조2250억원) 수준이던 XR 기기 시장은 2027년 73억달러(9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XR 기기 시장은 미국 메타(구 페이스북)이 80% 가량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20%는 중국 현지 업체들이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연내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내달 초 애플이 MR 헤드셋을 공개하고 하반기 출시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이르면 연내 XR 헤드셋을 출시할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1월 갤럭시 언팩에서 구글, 퀄컴과의 XR 동맹을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디바이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같은 소프트웨어, 퀄컴은 XR 플랫폼 전용 칩셋 등 서로의 강점을 결합한 XR 상품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구글은 자사 연례 개발자 행사의 키노트 세션에서 삼성전자와의 XR 협력을 언급하며 관련 내용을 연내 추가로 공유하겠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XR 기기와 함께 이 기기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XR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시장 예측치(9억4200만 달러)의 3배 가량 성장한 규모다.
특히, 고가의 XR 기기가 다양해질수록 마이크로 OLED 탑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 OLED는 기존 유리 기판으로 제작되는 OLED와 달리 실리콘 기판에 제작돼 XR용 디스플레이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해상도와 휘도를 구현할 수 있다. 옴디아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OLEDoS·LEDoS) 시장이 올해 약 5억달러에서 2030년 34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충남 아산시 탕정 A2 라인에 마이크로 OLED 파일럿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부품·장비사 등에 시제품 생산을 위한 샘플 납품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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