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령으로…'동거녀·택시기사 살인' 이기영, 1심서 무기징역

금품을 노리고 여성 동거인과 택시기사를 잇따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기영씨(32)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최종원)는 19일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등 9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기영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이기영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명백히 정당화할 수 있는 특정한 사실이 있을 때만 허용돼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체납된 카드대금 등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동거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며 "동거녀를 살해한 뒤 온수로 사체를 씻어 응고를 막고 찾을 수 없게 비가 많이 오는 날 유기하는 등 범행이 잔혹하다"고 밝혔다.

이어 "동거녀를 살해한 후 4개월 만에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이후 합의금 지급을 면탈하기 위해 피해자(택시기사)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20분 만에 아령으로 내리쳐 살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휴대전화와 카드를 이용해 대출을 받아 명품 커플링을 구입하거나 여자친구 숙박비 등으로 사용했다"며 "일말의 양심 없이 자신의 경제적 욕구 실현밖에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만일 법이 허용했다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해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하는 방안을 고려했을 만큼 대단히 잔혹하고 중한 범죄"라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이기영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두 사람의 생명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고 피해자들의 돈으로 유흥과 사치를 즐기는 등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며 "피해자는 일을 하러 나갔다가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못했고 그 두려움과 고통은 상상할 수 없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기영은 지난해 12월20일 오후 11시쯤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해 택시와 사고를 낸 뒤 "합의금과 수리비를 많이 주겠다"며 택시기사를 파주시 아파트로 데려와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숨긴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8월 파주시 집에서 동거하던 전 여자친구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이기영은 범행 후 A씨의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8124만원을 사용했고 A씨 소유 아파트까지 처분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기영에게 적용된 혐의는 강도살인, 사체유기, 컴퓨터등사용사기, 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정보통신망법 위반, 사문서위조행사, 특가법 위반(보복살인 등), 시체은닉이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