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워싱턴 선언’ 이후 정부 외교·안보정책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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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의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한, 이른바 '워싱턴 선언'의 주제는 한미의 안보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의 핵협의그룹(NCG)을 설립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은 미국이 한반도 관련 핵 자산과 전략무기 및 그 운용에 대해 한국과 정보를 공유하고, 양국이 공동 작전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적어도 핵과 관련해 미국은 절대 독립적 위상을 견지해온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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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의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한, 이른바 ‘워싱턴 선언’의 주제는 한미의 안보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의 핵협의그룹(NCG)을 설립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은 미국이 한반도 관련 핵 자산과 전략무기 및 그 운용에 대해 한국과 정보를 공유하고, 양국이 공동 작전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적어도 핵과 관련해 미국은 절대 독립적 위상을 견지해온 것이 사실이다. 전 세계의 어느 우방과 동맹국들과도 자신의 핵 자산과 그 운용에 대해 의논한 경우가 거의 없다. 북미와 유럽의 군사 및 안보 동맹인 나토(NATO)에서도 미국의 결정은 지극히 주체적이고 독립적이다. 나토 내의 형식적 협의는 존재하지만 핵 자산의 운용과 관련해서 미국은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미국과 실제 핵협의를 한다면 큰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구체성과 제도적 정착이다. 워싱턴선언은 나토식의 구체성을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나토처럼 동맹국이 침공을 당하면 자동 개입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우리의 경우 미군이 주둔하고 있기에 사실상 그런 장치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미군 주둔의 근거가 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제2조)에는 당사국이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에 협의(consult)를 하는 것으로만 명기돼 있다. 핵협의와 적어도 협의에 있어서는 같은 차원이다. 워싱턴선언이 협의가 아닌 상호 방위 의무를 적시하는 새로운 조약으로 발전해야 단순 선언이 아닌 구체성을 지닌 제도적 장치가 될 것이다. 이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보완할 수 있는 제2의 한미방위조약이 될 수 있다.
나토와의 안보협력 확대도 정부 외교·안보정책의 다음 과제가 돼야 한다. 나토는 미국이 유럽의 안보를 책임지며, 그 지역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지배력도 유지하기 위해 만든 다목적 안보동맹이라 할 수 있다. 안보와 정치, 경제를 하나로 연결해 국제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전통적 동맹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나토를 통해 유럽 역시 이익을 얻고 있다. 안보 리스크 없이 경제적으로 안정적 발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제도경제학자 레쉬케 교수는 독일 경제발전의 한 토대는 외부, 즉 러시아의 공격이라는 안보불안을 제거해준 ‘나토 동맹’이라고 평가한다. 사실 러시아는 독일과 역사·문화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이웃이었지만 안보에서는 늘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됐고 지금은 더욱 그렇다. 나토 동맹이 그에 대한 해결책이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를 준다. 나토와의 강화된 군사·외교적 협력관계는 우리의 안보 리스크를 줄이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포괄적 공동 안보 개념과 전략의 개발 및 그 실천방안도 포함된다. 또한 인적 및 물적 교류를 확대하고 그것을 정치·경제적 교류로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의 안보동맹은 북핵이라는 국가안보의 최대 위험을 제거할 수 있어야 하고, 동맹국과 정치적·경제적 상호 이익도 증진해야 한다. 워싱턴선언을 제도화하는 것이나 나토와의 협력관계를 실질적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그 수단이 된다. 우리 외교·안보정책의 다음 과제는 여기에 있다.
조우호 덕성여대 교수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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