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택시기사' 살해 이기영, 1심 무기징역

재판부 "잔혹하게 살해 후 시신 유기"
"유흥 즐기고 일말의 양심 없이 생활"

동거 여성과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올해 1월 4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동거 여성과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기영(32)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부장 최종원)는 19일 강도살인 및 시신유기 등 9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기영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30년간의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이기영은 지난해 8월 3일 경기 파주시 동거녀 A씨 집에서 그의 휴대폰과 신용카드 등을 빼앗기 위해 둔기로 머리를 10여 차례 내리쳐 살해하고, 이튿날 시신을 공릉천변에 버린 혐의를 받는다. 범행 후 이기영은 A씨 명의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 8,120여만 원을 이체하거나 결제하는 등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음주 상태로 운전하던 중 접촉사고를 낸 뒤 이를 무마할 목적으로 택시기사 B씨를 집으로 유인해 둔기로 살해한 혐의도 있다. 이기영은 B씨를 살해한 뒤에도 B씨 명의로 인터넷뱅킹에 접속해 잔액을 이체하고,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입하는 등 5,550만여 원을 빼앗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기영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의자가 피해자들의 돈을 이용해 사치를 즐기며 생활하는 등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범행 후에도 피해자들 시신을 유기하고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이기적 모습을 보였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치밀한 계획으로 동거인을 둔기로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면서 “죄책감 없이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값비싼 물건을 사고 유흥을 즐기는 등 일말의 양심이 없이 생활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러고도 4개월 만에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피해자(택시기사)를 집으로 유인해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유족은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는 점, 유족들 위해 3,000만 원을 공탁한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