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하게 하길래…” 적의 눈에도 보인 나태함, 2개월 전 약속은 허언이었나
[OSEN=잠실, 이후광 기자]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겠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2개월 전 강백호(24·KT 위즈)는 기본을 망각한 본헤드플레이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2루타를 친 뒤 2루에서 세리머니를 하다가 발이 떨어지며 이름도 생소한 세리머니사(死)를 당했다. 프로답지 않은 플레이로 한국의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고, 경기 후에는 세계 야구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한국은 호주전 패배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1라운드 탈락했다.
강백호는 당시 취재진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또 숙였다. 그는 “보여드려서는 안 될 플레이였다. 기대해주신 팬들에게 실망을 드려서, 또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스러웠다”라며 “많은 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선수로서 성장하고, 사람으로서 인간성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할 것이다”라고 본헤드플레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강백호는 이에 그치지 않고 귀국 후 수원에서도 또 한 번 야구팬들을 향해 사과했다. 그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아쉬움과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 지금도 반성을 하고 있다. 이번 태극마크는 너무 아쉬웠다. 죄송스럽다”라고 거듭 반성했다.
그런데 불과 2개월 만에 또 다시 기본을 망각한 본헤드플레이가 나왔다. 여러 차례 사과를 한 선수 치고는 플레이, 표정, 태도가 너무 나태했다. 18일 잠실 LG전 5회말이었다. KT가 3-2로 근소하게 앞선 가운데 선발 고영표가 선두 박해민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뒤 후속 김현수를 만나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우익수 강백호가 김현수의 타구를 잡았고, 1루주자 박해민은 빠른 발을 앞세워 2루를 지나 3루에 도착했다.
무사 1, 3루 상황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박해민의 득점이었다. 강백호는 박해민이 3루에서 멈출 것이라 예상했는지 타구를 잡고 천천히 걸어 나오다가 2루수 장준원을 향해 높은 포물선을 그리는 무성의한 송구를 했다. 그 틈을 타 박해민이 홈을 밟은 것. 뒤늦게 강백호의 아리랑 송구를 받은 장준원이 홈을 바라봤지만 이미 박해민이 득점한 뒤였다. 뼈아픈 3-3 동점이었다.
경기 후 만난 박해민은 “항상 주루플레이 할 때 한 베이스를 더 가려고 한다. 상대 빈틈이 보이면 그걸 노리려고 한다”라며 “3루를 밟고 오버런 했는데 (강)백호가 걸어 들어오면서 던지려고 하더라. 던지는 폼 자체가 강하게 던질 것 같지 않았고, 느슨하게 하길래 그냥 뛰었다. 홈에서 승부가 되겠다는 판단 아래 과감하게 플레이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적의 눈에도 명확하게 보인 강백호의 나태함이었다.
강백호의 기본을 망각한 플레이는 팀 사기를 급격히 저하시켰다. 마운드에 있던 고영표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후속 오스틴 딘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한숨을 돌렸지만 오지환의 2루타, 문보경의 자동고의4구로 계속된 1사 만루서 박동원에 3타점 역전 2루타, 이재원에 1타점 적시타를 연달아 헌납했다. 이후 김민성의 안타로 계속된 위기서 박해민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고 주권과 씁쓸히 교체됐다. KT는 5-9로 패배.
팀이 열흘 가까이 꼴찌에 머무르며 그 어느 때보다 기본에 충실해야 했다. 더욱이 무사에 주자가 2명이나 있었기에 신중한 플레이가 요구됐지만 후속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천천히 산책 후 이른바 아리랑 송구를 했다. 유격수 김상수의 두 팔을 벌리며 허탈해하는 모습이 당시 동료들의 심리 상태를 대변했다.
5회 빅이닝을 극복하지 못한 KT는 다시 2연패에 빠졌다. 긴 연패가 시작된 4월 20일 수원 SSG전부터 최근 23경기 성적은 3승 1무 19패. 5월 7일 꼴찌로 추락한 뒤 열흘째 순위까지 요지부동이다. 팀의 간판타자라고 하는 선수가 기본을 망각하니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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