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이낙연, 尹정부 ‘외교 불안’ 비판… 文정부 외교와 비교

이강은 2023. 5. 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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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에 담아
“무력감을 느낀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한반도 문제가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수록, 한국이 대안을 내며 역할을 키워야 한다. 한반도 평화의 최대 이해당사자는 대한민국이다. 평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릴 나라도, 평화가 깨졌을 때 피해를 가장 크게 당할 나라도 한국이다. 한국은 그만한 역할을 해야 하고, 그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7~8쪽)
지난 4월 18일 장인상을 마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를 지낸 후 대권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경쟁하기도 했던 이낙연(71) 전 총리가 ‘지금 대한민국은 실존적 위기에 놓여 있다’며 긴 침묵을 깼다. 대선 후 미국 워싱턴DC에 머무르며 미·중 경쟁 및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연구활동을 한 그는 최근 펴낸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21세기북스)이란 제목의 책에서 실존적 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역할을 해야할지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정부의 외교를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를 고착화해 한반도를 극도의 긴장상태로 몰고 가는 것이라 비판한다. 아울러 자신이 총리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역할 분담을 해 우리나라가 소홀히했던 지역과 국가를 상대로 ‘투톱 외교’를 펼친 성과도 소개한다. 

책은 △제1장 대한민국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1. 한국을 바라보는 여섯 가지 단상, 2. 한국을 엄습하는 네 가지 불안) △제2장 끝없는 북핵 위기, 평화를 위한 결단(1. 북한의 핵무장, 2. 남북관계의 진전과 좌절, 3. 관련국의 오판과 과제, 4. 평화를 위한 다섯 가지 제언) △제3장 미중경쟁 격화시대, 번영을 위한 선택(1. 냉전의 끝과 미중경쟁의 시작, 2. 신냉전 초입의 국제질서, 3. 미중경쟁의 영역별 전개, 4. 번영을 위한 다섯 가지 제언) 등을 담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책에서 “(미국과 중국) 두 코끼리가 사랑한 적은 없었다. 편하게 지내던 시대는 있었다. 한국은 그때가 좋았다. 그러나 두 코끼리는 싸움으로 전환했다. 두 코끼리의 싸움은 한국에 딜레마를 안겨주었다. 북한 핵무장 강화와 미중경쟁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며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대한민국은 ‘실존적 위기’에 직면했다”(35쪽)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의 외교가 불안하다고 꼬집는다. 윤석열정부가 가장 중요시하는 외교행사에 앞서 대통령 안보실 책임자들이 잇달아 사퇴한 것이 상징적이라고 하면서다. 그는 “2023년 3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전비서관이 사퇴했다. 4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외교비서관과 안보실장이 잇달아 사퇴했다. 사퇴의 이유는 설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업무에 관한 의견차이 또는 권력과 관련된 알력이 안보실 내부, 안보실과 외교부 사이, 아니면 대통령이나 그 주변과 당사자 사이에, 그것도 심각하게 여러 차례 있었다는 추론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 가운데 무엇이 이유였건, 중대한 문제다. 가장 중요한 외교의 의사결정 과정이나 메커니즘에 큰 고장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43쪽)라고 비판한다. 
이어 “지금 한반도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로 되돌아가려 하고 있다. 마치 냉전 시대가 다시 나타나려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그러나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고착해버리면, 한반도는 전면적인 긴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은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면서도 남북대화를 통해 긴장을 낮추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관련국에 대한 지렛대를 가져야 한다. 남북대화가 그 출발이다. 한국은 중국과도 건설적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나는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기를 바란다. 미국이 북한과 수교한다면, 그것은 미·중 전략경쟁의 판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반도 긴장도 완화할 것이다”(100~101쪽)라고 주장한다.

그는 ‘제4장 나의 외교 경험과 한국외교의 길’에서 “나는 총리로 2년 7개월 13일을 일하면서 30개국(경유 포함)을 방문했다. 총리로서는 전례 없이 많은 나라를 찾았다. 방문국 가운데는 한국 총리가 처음 가는 나라가 많았다. 17년 또는 25년 만에 가는 나라도 있었다. 그만큼 한국의 고위외교는 그동안 빈약했다. 늦게나마 총리가 정상급 외교를 보완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였다.(…) 대통령 전용기 이용은 총리외교를 중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배려였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전용기를 총리와 함께 타겠다고 밝히면서 ‘투 톱 외교’라고 명명했다. 외교부 등 관계부처의 협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외교부에는 나의 외교를 돕는 팀도 생겼다. 한번은 문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중국은 부총리가 많아서 세계 오지에까지 부총리를 보내 촘촘하게 외교를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 제가 못 가는 곳은 총리께서 자주 가셔야 합니다.’”(163~164쪽)라고 소개했다.

이 전 총리는 책 끝 부분에 “흡수통일에 반대한다”면서 “통일 중간 단계로 남북한이 합의를 통해 ‘국가연합’을 거쳐 점진적으로 통일에 접근해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자면 남북이 서로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특히 경제와 외교에서 앞서가는 한국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다. 평화와 통일을 원한다고 말하면서, 남북의 교류에 반대하고 북한 고립화를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하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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