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잊었나…국민의힘 박대출 “물대포 없앤 물대응, 난장집회 못 막아”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시위와 관련해 19일 “물대포 없애고 수수방관하는 물대응으로는 난장 집회를 못막는다”고 말했다. 강제해산을 위해 물대포라도 사용해야 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시위에 서울 도심 한복판이 난장판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장은 “민주노총의 횡포에 일반 국민이 입는 피해를 두고 볼 수가 없다”며 “추모제를 벗어나 불법집회 양상으로 변질됐을 때 강제해산했어야 온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대포 없애고 수수방관하는 물대응으로는 난장집회를 못막는다”며 “난장집회 해산은 탄압이 아니라 법치다. 법치는 윤석열 정부의 존재 이유이고, 윤석열 정부에게 내린 국민의 명령이다. ‘문재인표’ 시위 대응은 이젠 버릴 때”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어 “국민의힘은 국민의 일상을 해치는 불법, 탈법 시위가 발붙일 수 없게 관계 법령 개정에 나서겠다”고 했다. 경찰의 물대포 사용을 독려하는 방향의 법령 개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윤재옥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하되, 다수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에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며 물대포 사용과 관련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은 고 백남기 농민의 비극을 되풀이하려고 하나”라고 반발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박 의장이 오늘 국민을 향해 물대포를 쏘라고 선전포고했다”며 “국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살상용 물대포를 부활시키겠다니 국민의힘에 제정신인지 묻는다”고 비판했다.
앞서 경찰은 문재인 정부 시절 집회 현장 내 살수차, 차벽 무배치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2016년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살수차 물대포에 맞아 사망하자 반성 차원의 조치에 나선 것이다. 경찰의 물대포 직사 살수(일직선으로 물대포를 발사하는 행위), 차벽 설치 등 집회·시위 대응 방식은 반인권적이란 비판을 꾸준히 받아 왔다.
경찰개혁위원회는 2017년 9월 집회·시위 현장에서 살수차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권고안을 내놨고, 2020년에는 경찰의 살수차 물대포 사용에 대한 기준이 법령에 규정됐다. 대통령령인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3조의2(살수차의 사용기준)를 보면 경찰은 “소요사태로 인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는 경우” “지정된 국가 중요 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행위로 인해 해당 시설이 파괴되거나 기능이 정지되는 등 급박한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살수차를 사용할 수 있다.
같은해 4월에는 헌법재판소가 경찰의 백씨를 향한 직사 살수에 대해 과잉 대응이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백씨가 참가한) 집회 현장에서는 시위대의 가슴 윗부분을 겨냥한 직사 살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인명 피해의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며 “과잉 살수의 중단, 안전요원 추가 배치 등을 지시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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