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사진 논란에 드러난 민주당의 조급함…`자신들만의 성역` 헌법에 새길수 있나

임재섭 2023. 5. 1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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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오월어머니회 회원들과 함께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보훈처는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SNS에 계엄군 시점에서 바라본 사진이 포함돼 논란이 일자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진영에서 무장한 계엄군과 경찰 쪽에서 광주시민을 바라보는 장면이 포함돼 부적절하다는 논란 일자, 정치논란으로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삭제한 것이다.

보훈처는 "여러 컷의 5·18 관련 사진 이미지를 보여주고 과거의 아픈 역사를 딛고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고 미래 통합으로 나가자는 취지"라며 "목적과 의도가 아무리 좋았다고 하더라도 5·18 유가족 한 분의 시민이라도 불편한 마음이 든다고 하면 결코 좋은 의미를 전달할 수 없다. 시민의 뜻을 충분히 존중하는 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계엄군 시각에서 본 5·18민주화운동 사진, 이게 윤석열 정부의 진심이냐"며 공세에 열을 올렸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보훈처가 5·18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주겠다며 SNS에 내건 사진은 계엄군의 시각에서 찍혀 있었다. 계엄군이 5·18민주화운동의 주역이냐"면서 "보훈처는 '5·18기념재단에서 제공받은 사진'이라고 해명했지만, 재단이 이 사진을 이렇게 쓰라고 준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결국 책임을 회피하려는 파렴치한 변명에 불과하다. 보훈처가 활용한 사진은 윤석열 정부가 보는 5·18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면서 "보훈처는 속내를 들켜 사진을 내린 것이냐, 사진을 삭제했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심지어 강 대변인은 "박민식 보훈처장은 이번 파문에 대해서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같은 사진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도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2월 18일 '오늘의 한 장'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에서 청와대는 해당 사진을 배경으로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은 대한민국 헌법의 토대"라면서 "지금도 아픔이 가시지 않은 민주화 운동을 대상으로 오직 색깔론과 지역주의로 편을 가르고 혐오를 불러일으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에 대해 국민들께서 단호하게 거부해 주시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전날 민주당의 주장대로라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도 계엄군을 5·18 민주화 운동의 주역으로 여긴 것으로 봐야 한다. 재단이 사진을 이렇게 쓰라고 준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결국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해당 사진을 쓴 것은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에 불과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보훈처는 정치적 논란을 차단하려고 사진을 내렸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사진은 당시 논란이 된 적도, 내린 적도 없어서다. 오늘의 민주당이 과거의 청와대를 '팩트폭행'했거나 오늘의 민주당이 성급한 잣대로 비판하다 본전도 찾지 못한 셈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민주당은 조급했다. 친명·비명·청년 할 것 없이 정부·여당에 대한 공격할 기회라고 여기자 신중한 검토 없이 곧바로 공세에 가담했다. 표면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근거로 민심은 자신들에게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행동은 최근 민주당 안팎에서 벌어진 의혹들을 의식한 기색이 역력하다.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 식의 프레임 공격을 일삼는 것도 민주당이 '표 계산'외에도 지켜야 할 가치인 국민통합 등에 큰 관심이 없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윤 대통령의 일장기 경례 논란이다. 양국 국기에 양국 정상이 경례하는 모습이라 크게 문제 될 부분이 없었지만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일장기 뒤 태극기가 함께 있었음을 알고도 "상대국 국기에 고개 숙여 절하는 한국 대통령"이라는 글을 썼다. 탁 전 비서관은 SNS가 가짜뉴스로 팩트체크하자 사진을 삭제했다.

결국 이번 5·18 계엄군 사진 논란은 진보진영이 5·18 민주화운동을 자신들의 성역으로 보고 있다는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5·18 민주화 운동을 헌법에 새기겠다고 하지 못하면 진정성이 없는 것'식의 주장을 보고 있자면, 마치 과거 보수진영 일각서 '김정일 XXX 해봐'(그렇지 않으면 실제로는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은 없고 북한을 추종하는 것) 하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김정일 XXX'를 언급한다 한들 진정성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듯이, 과연 헌법에 새기겠다고 한들 보수진영의 5·18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고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정치적 논란은 끝이 날까. 또 이런 일부 진영의 성역을 헌법에 새기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실제 강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5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자체'라고 발언했던 5·18 기념사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5·18민주화운동 기념사는 무성의의 극치"라고 평가했다.

강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5월 정신을 계승한다고 했지만 공허한 약속이었고 진정성을 찾기 어려웠다"면서 "윤 대통령은 5·18 기념식이 끝나자 묘역 참배를 간다며 앞 열에 있던 정부가 초대한 각계 대표들과 5.18 관계자들에게 인사도 없이 자리를 떠났다. 정부 기념식에 초청하신 분들에 대해 인사와 위로를 전하는 것은 국가원수로서 기본적인 예의"라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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