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편집’ 겨잣잎 샐러드 나왔다…GMO와 뭐가 다르지?

곽노필 2023. 5. 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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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은 남기고 톡 쏘는 맛 없앤 겨잣잎 미국 시판
유전자 추가로 넣은 GMO와 달리 표시규제 약해
유전자편집 겨잣잎으로 만든 샐러드. 페어와이즈 제공

유전자를 교정한 샐러드용 채소가 출시됐다. 유전자편집 기술이 적용된 채소가 시중에 나온 건 처음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신생기업 페어와이즈(Pairwise)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톡 쏘는 맛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제거한 겨잣잎 채소를 ‘컨시어스 그린스’(Conscious Greens)라는 상표로 출시했다고 최근 밝혔다.

겨잣잎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영양가 높은 식물이지만 향이 강하고 톡 쏘는 맛 때문에 섭취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페어와이즈는 유전자편집 기술을 이용해 영양 성분은 그대로 유지하되, 겨잣잎의 자극적인 맛을 빼고 상추처럼 부드러운 맛의 채소로 탈바꿈시켰다. 이 회사는 이 식품을 개발한 이유를 ‘건강에 좋은 식품을 더 편하고 즐겁게 먹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회사 공동설립자인 헤이븐 베이커는 보도자료를 통해 “어떤 상추는 영양가가 높지 않고 또 어떤 채소는 너무 쓰거나 먹기가 어렵다”며 “우리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회사 대표인 톰 애덤스는 “새로운 영역의 샐러드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페어와이즈는 우선 세인트루이스의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과 매사추세츠의 스프링필드에 있는 레스토랑에 유전자편집 겨잣잎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여름부터는 서부 해안지역의 식료품점에서도 시판할 예정이다.

페어와이즈는 유전자편집 기술을 적용한 과일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씨 없는 블랙베리와 씨 없는 체리를 개발하고 있다.

품종 개발 기간 4분의 1로 단축

유전자편집 작물은 다른 생명체의 유전자를 추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유전자변형작물(GMO)과는 다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유전자편집 기술을 적용한 식품에 대해선 엄격한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또 지엠오와 달리 제품에 ‘생명공학 기술을 적용했다’(bioengineered)는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미국 농무부는 유전자편집 식품이 식물에 해를 끼칠 수 있는지 검토하며, 식품을 출시하기 전에 식품의약국(FDA)과 협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농무부는 2020년 페어와이즈의 겨잣잎에 대해 식물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페어와이즈는 이후 식품의약국과 협의를 거쳤다.

유전공학을 이용하면 전통적인 육종법에 비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 페어와이즈가 겨잣잎을 개발해 출시하기까지는 4년이 걸렸다. 이 회사는 전통적인 육종법에 비해 개발 기간을 4분 1로 줄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1년 일본에서 출시된 유전자편집 방울토마토. 유전자편집을 이용해 혈압상승 억제 물질 함유량을 5배 높였다. 사나테크시드 제공

유전자편집 토마토·소고기 시판중

겨잣잎 채소가 시중에 나온 최초의 유전자편집 식품은 아니다.

세계에서 처음 나온 유전자편집 식품은 2021년 일본 도쿄의 한 기업이 내놓은 유전자편집 방울토마토다. 이 토마토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아미노산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BA·가바)을 분해하는 효소를 덜 생성하도록 유전자를 교정해 만들었다. 가바는 혈압 상승을 억제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교정 후의 토마토는 가바 함량이 일반 토마토보다 4~5배 더 많아졌다.

지난해엔 미국에서 유전자편집 소고기 시판이 승인됐다. 이 소고기는 유전자편집을 이용해 털 길이가 짧아진 소에서 생산한 고기다. 털 길이가 짧아지면 소가 더위에도 더 잘 견딜 수 있다. 앞서 2019년엔 미국 미네소타의 칼릭스트란 기업이 유전자편집 대두유를 개발한 바 있다.

유전공학 기술에 대한 규제가 엄역한 유럽에선 지난 3월 영국이 처음으로 유전자편집 식품의 시판을 허용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했다. 영국에선 지난해 비타민 디 함유량을 높인 유전자편집 토마토가 개발됐다. 이 토마토가 영국 최초의 유전자편집 식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 나라가 유전자편집 식품의 시판을 허용하는 이유는 유전자편집이 자연적 돌연변이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후폭풍 피하려면 기술 투명 공개해야

그러나 유전자변형 작물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이 유전자편집 식품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크리스토퍼 커밍스 연구원은 기술매체 <와이어드>에 “유전자편집 식품도 여전히 장애물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커밍스가 발표한 2022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 2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전자편집 식품을 적극적으로 피할 것인지 아니면 먹을 것인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유전자편집 식품을 먹을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교육 수준과 가구 소득이 높은 30살 미만’인 경향이 있었고, 유전자편집 식품에 대한 투명성을 선호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많았다. 또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75%는 유전자편집 식품에 ‘유전자 편집 식품’이라고 표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사람들은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싶어한다”며 유전자편집 식품 개발자가 후폭풍을 피하려면 사용한 기술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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