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20~30년 늦추는 유전 변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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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지녔지만 67세까지 알츠하이머에 걸리지 않은 남성이 확인됐다.
남성이 보유한 희귀 유전자 변이가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을 억제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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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지녔지만 67세까지 알츠하이머에 걸리지 않은 남성이 확인됐다. 남성이 보유한 희귀 유전자 변이가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을 억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 치매 원인을 유전자 변이 수준에서 이해하고 잠재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독일 함부르크 에펜도르프 대학병원, 미국 하버드의대, 콜럼비아 안티오키아대 연구진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유전적 요인으로 발병하는 ‘상염색체 우성 알츠하이머(ADAD)’에 걸릴 수 있는 유전자를 가졌지만 67세까지 발병하지 않은 남성에 존재하는 변이 유전자를 확인하고 연구결과를 1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공개했다. 알츠하이머를 예방하는 변이 유전자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사례다.
프랜시스코 로페라 컬럼비아 안티오키아대 신경학 교수는 40대 또는 그 이전에 알츠하이머에 걸린 6000명을 약 40년간 추적했다. 그 결과 ‘파이사(paisa)’라는 이름의 돌연변이를 지닌 1200명이 조기에 알츠하이머가 발병했다.
연구팀은 파이사 변이를 갖고 있으면서 알츠하이머가 조기 발병한 1200명을 대상으로 유전체와 병력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67세까지 가벼운 인지 장애만 갖고 있던 남성을 발견한 것이다.
연구팀이 이 남성의 뇌 영상을 분석한 결과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과 병이 진행되면서 쌓이는 타우 단백질 복합체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수준으로 축적돼 있었다. 하지만 기억이나 길찾기 등에 관여하는 내후각 피질에는 타우 단백질이 상대적으로 적게 축적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남성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 등 뇌 질환과 관련된 ‘릴린(Reelin)’이라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유전자 변이로 만들어진 단백질 릴린이 타우 단백질이 쌓이는 것을 방해하면서 기억력이나 인지력이 감퇴되는 것을 막은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2019년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APOE 단백질을 지녔지만 이 단백질에 변이가 생겨 평균보다 30년 늦게 알츠하이머가 발병한 여성을 확인한 바 있다.
연구팀은 릴린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 변이와 APOE 단백질 변이를 유발하는 원인을 규명하면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는 600만명이 넘는다. 연구팀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치료전략 및 신약을 개발하면 알츠하이머 발병 시기를 20~30년 늦출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이끈 조세프 아르볼레다-벨라스케스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기억력 등에 관여하는 내후각 피질을 보호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한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쥐 실험을 통해 유전자 변이로 만들어진 릴린 단백질을 투여해 이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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