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계 하이브 꿈꾼다'…최인석 레페리 의장[인터뷰]

안호균 기자 2023. 5. 1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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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최인석 레페리 이사회 의장 인터뷰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다 2013년 MCN 창업
"영상의 시대 온다고 전망…뷰티 분야 주력"
"산업화 위해선 수익성 중요…안정화 단계"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확장…신사업 육성도
부문별 전문화 위해 '멀티 레이블' 체제 시도
"크리에이터가 K컬처 주역 될 수 있다고 봐"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최인석 레페리 이사회 의장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레페리 본사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5.19.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최근 몇 년 새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MCN(다중채널네트워크)이라는 사업 영역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유튜브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탄생한 MCN은 크리에이터들의 소속사 역할을 하는 기업을 뜻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다수의 업체가 이 영역에 진출하며 '크리에이터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과도한 경쟁을 펼친 결과 많은 업체들이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한계를 드러냈다. 구조조정에 돌입하거나 사업 매각을 고려 중인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장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차별화된 수익 모델을 구축해 흑자 경영을 이루고 있는 MCN이 있다. '뷰티&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 비즈니스 그룹'을 표방하고 있는 레페리가 그 주인공이다.

뉴시스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레페리 본사에서 최인석(33) 이사회 의장을 만나 레페리를 창업해 10년간 운영해 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 의장은 20대 때 온라인 상에서 자기개발, 투자, 지식 등의 분야의 글을 쓰던 '파워블로거'였다. 평소 유튜브에 관심이 많았던 최 의장은 앞으로 동영상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2013년 레페리를 창업했다. 당시 유튜브 상에서는 뷰티, 게임, 키즈 등 세 가지 영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레페리는 사업 초기부터 치밀하게 수익성을 분석하고 뷰티 분야에 집중했다.

최 의장은 "뷰티와 여성 소비재에 집중했고 다른 영역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계산을 해 봤을 때 기업들이 움직일 것 같지 않았고 광고주가 너무 적었다. 그런데 화장품 쪽은 새로운 마케팅 툴에 항상 민감하고 새로운 광고에 가장 많이 도전하는 분야였다. 화장품 브랜드들을 설득할 때 시청자들의 참여가 확연히 다르다는게 확인됐다. 우리가 추천했던 제품이 특정 온라인 샵에서 품절이 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면서 브랜드들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효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플루언서 관련 사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수익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경쟁 업체들이 문어발식으로 외형을 확장할 때 내실 있게 자기 분야를 다져나갔다. 10년이 지난 지금 레페리는 뷰티·라이프 스타일 부문 1위 기업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

최 의장은 "10년 동안 산업화에 집중했다. 일단 수익성이 있어야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가 나와야 하고, 글로벌화 등 비즈니스 연계성이 좋아야 한다. 경쟁사들은 그런 것보다 외형 확장이나 이슈성에 집중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대규모 적자를 내는 것을 당연시 여겨왔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적자를 내면 산업이 아니니까 인정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레페리는 직접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영상 촬영·편집,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운영, 전자상거래 등에 대해 교육한다. 우수한 교육생과는 계약을 체결하고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지원한다. 현재 레페리에 소속된 크리에이터는 레오제이, 기은세 등 400여명에 이른다.

무작정 소극적인 경영을 해온 것도 아니다. 레페리는 뷰티에서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며 더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하고 있다. 또 경쟁 업체들이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를 인수하거나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 앱을 출시하는 등 신사업 찾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10년간 기초 체력을 다져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 의장은 "우리는 코로나19가 유행했을 때 오히려 힘들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 화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 우리는 비효율적인 부분을 바로잡고 체질 개선을 마쳤다. 리오프닝이 되면서 오히려 우리는 수혜를 받고 있다. 투자금도 많이 남아 있고 흑자도 나고 있는데 신규 투자를 망설일 이유는 없다. 경쟁사들 대비 초격차가 일어나고 있으니 이 때 빨리 앞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리빙' 쪽을 개척하는 이유가 있다. 처음 창업했을 때는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18~24층(18~24세)에 있었는데 이제는 28~34층이 돼 있다. 뷰티로 시작한 크리에이터들은 몇년 뒤에는 대부분 리빙 쪽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본인의 나이와 삶의 방식이 바뀌고 시청자들도 같이 연령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길을 계속 만들어주는 회사가 레페리라는 것을 크리에이터들이 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뷰티에 이어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영역을 넒힌 레페리는 이제 하이브와 같은 '멀티 레이블' 시스템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소속 크리에이터들의 분야와 색깔이 다양해지면서 보다 전문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뷰티, 패션, 리빙, 라이브커머스 등으로 레이블을 나누고 각 부문장들에게 권한도 대폭 위임한다는 구상이다. 최 의장은 대표이사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역할을 전환하고 신사업 육성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최 의장은 "우리는 400명의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들을 관리하고 있는데 하나의 레이블에 속해 있을 때는 스타일이 다 달라 전문화가 되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뷰티 2개, 패션 라이프스타일 1개, 리빙 라이프스타일 1개, 라이브 커머스 1개로 레이블을 분할해 베타 테스트를 하고 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 레이블의 과거 팀장들이 사장과 같은 오너십을 보여줘야 하고, 소속 크리에이터들도 작아진 브랜드에서 창작력을 극대화시켜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MCN의 위기라고 불리는 시기지만 '인플루언서 이코노미'는 앞으로도 계속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최 의장은 전망한다. 또 전 세계에 K팝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크리에이터가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각광받는 시기가 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2015년부터 해외 사업을 굉장히 많이 했었고 중국과 베트남 쪽에도 진출했었다. 트래픽적으로는 엄청난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산업이 움직이지 못해 적기를 놓쳤다. 한국 화장법과 한국 화장법에 대한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산업이 받쳐주질 못했다. 그리고 사드(THAAD) 배치 때 K뷰티가 저물면서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K라이프스타일'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 유튜브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한국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궁금해한다. 2차 K컬처 웨이브가 오고 있는데, 지금도 산업이 움직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K뷰티도 재정비되면서 다시 한 번 붐이 올 수 있다고 본다. 2차 웨이브 때는 레페리나 한국의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충분히 K컬처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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