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을 누가 묶어놔요" 전세금 투자 못하게 '위탁' 임대인과 대립

김노향 기자 2023. 5. 1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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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피해를 양산한 전세사기 사태를 계기로 임대차 보증금을 임대인이 아닌 제3의 기관에 위탁하는 방안이 논의되며 임대인들과 대립하고 있다.

전세제도는 무주택 서민·중산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레버리지(차입) 효과를 이용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을 다시 주택에 투자하는 사태가 벌어지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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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뉴스1
대규모 피해를 양산한 전세사기 사태를 계기로 임대차 보증금을 임대인이 아닌 제3의 기관에 위탁하는 방안이 논의되며 임대인들과 대립하고 있다. 전세제도는 무주택 서민·중산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레버리지(차입) 효과를 이용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을 다시 주택에 투자하는 사태가 벌어지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전세제도 개편방안의 하나로 '보증금 에스크로 계좌' 도입의 검토 가능성을 밝혔다. 원 장관은 "수명을 다한 전세제도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보증금 에스크로 예치 도입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계약갱신청구권·임대료 5%룰·임대차신고제'(임대차3법) 등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에스크로 계좌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면 제3의 금융회사 등이 보증금을 맡아 안전 결제를 보장하는 제도다. 신탁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거론될 수 있다.

에스크로 계좌는 2001년 도입 이후 2016년 시범 상품으로 출시된 바 있지만 1년여 만에 사라졌다. 국토부는 부동산 거래대금을 제3자가 관리해 거래 안전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 서비스산업 발전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임차인의 수수료 부담과 은행 등 사업자들의 사업성이 낮은 것이 이유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에스크로 계좌 도입에 대해 매매 거래에서 활용할 수는 있지만 임대차 거래의 경우 임대인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수요가 있고 제도를 인위적으로 통제할 필요는 없어보인다"면서 "지마켓이나 옥션에서 물건 사는 것처럼 부동산도 매매계약에서 적용할 수 있겠지만 전세에서 작용하는 것은 논의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인은 전세금을 받아 활용하는 것이 목적인 일종의 무이자대출"이라면서 "임차인의 입장에서 전세금 보호는 기존 전세보증보험 등의 제도를 이용하면 되므로 추가 규제를 더 만들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미국 등에서 월세 보증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맡기도록 법으로 강제하는데 이는 보증금 규모가 작아서 임대인에게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스크로 계좌가 갭투자(전세금과 매매가 차액만 내고 집을 매수)를 줄일 수 있지만 월세의 가속화, 월세 비용 상승 등이 예상돼 월세 세액공제 확대와 공공임대 확대 대책도 동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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