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제도 수명 다했다는 원희룡 장관…과연 그럴까 [핫이슈]

이은아 기자(lea@mk.co.kr) 2023. 5. 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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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전세 사기 피해와 역전세난이 확산하면서 임대차 3법을 포함해 전세제도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입에서도 “전세제도는 수명을 다했다”는 언급이 나왔다. 정부는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임대차 3법을 포함해 주택 임대차 제도 개편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원 장관은 “(전세 사기 문제에 대한) 응급처방이 되는대로 잘못된 판을 수리하는 작업을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전세제도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 장관 말대로 지금까지 드러난 임대차 시장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복기해 근본적 처방을 내놓을 때가 됐다.

개선방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원 장관 발언과 전문가들 전망을 토대로 몇 가지 대책을 예상해볼 수 있다.

우선 갭투자를 부추겨 전세 사기의 빌미를 제공한 임대차 3법은 손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폐지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전세제도다.

전세는 영어로도 ‘jeonse’로 쓸 정도로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목돈이 필요한 집주인과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싶어 하는 세입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임대차 시장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임차인은 전세보증금과 그동안 모아온 돈을 합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세를 ‘주거 사다리’로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거액의 보증금을 맡기는 사금융 성격이 강한 탓에 전세 사기나 깡통전세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갭투자도 전세제도의 역기능이다. 전세 사기가 사회문제가 된 이참에 전세제도 자체를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지만 전세 거주자가 국민의 15%(2020년 기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를 넘는 상황에서 전세 사기를 잡자고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도 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에스크로(제3기관에 전세보증금 예치) 제도 역시 임대인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전세 거래시 금융회사에 전세보증금을 맡겨 안전 결제를 보장하자는 에스크로 제도는 임차인 보호에는 도움이 되지만, 임대인 입장에서는 이렇게까지 하면서 집을 전세로 내놓을 이유가 없어진다. 예치금만큼 전세 보증금을 올리려 할 수도 있다. 정부 의도 대로 반전세나 월세 전환 비중이 높아지더라도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전세 사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월세 전환율이 높아지면서 시장에서는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매달 소모성으로 지출해야 하는 월세보다 전세가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세입자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전세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면 좋겠지만, 정부가 무리하게 손을 댔다가 더 큰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역전세난이 불거질 때 마다 힘을 얻었던 전세 종말론에도 불구하고, 100년 넘게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제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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