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나와 흙으로 간다’… 죽음이란 원자의 재배열[북리뷰]

박동미 기자 2023. 5. 1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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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인 저자가 물리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세상 모든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리학자적 관점에서 모든 것의 '시작'인 원자로부터 이야기를 꺼내 들지만, 책은 지구와 태양, 생명, 그리고 인간을 보다 더 이해하고 싶은 저자의 소망을 화학, 생물학, 그리고 다시 인문학으로 확장하며 이뤄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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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김상욱 지음│바다출판사

물리학자인 저자가 물리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세상 모든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호기심이 충만해 꽃삽으로 동네 놀이터 땅을 파던 소년에서 한때는 물리학만이 세상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다던 저자는, 5년 만에 출간한 단독 저서에서 보다 깊고 넓어진 ‘지적 세계’를 보여준다. 물리학자적 관점에서 모든 것의 ‘시작’인 원자로부터 이야기를 꺼내 들지만, 책은 지구와 태양, 생명, 그리고 인간을 보다 더 이해하고 싶은 저자의 소망을 화학, 생물학, 그리고 다시 인문학으로 확장하며 이뤄내 나간다.

과학은 어렵고 난해하며, 그래서 ‘대중 교양’이 될 수 없다는 편견에 문제의식을 느끼던 저자는 누구보다 활발하고, 또 친절하게 ‘소통’하는 과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신간에서도 그러한 소명과 사명감이 느껴진다. 최대한 인간을 배제해야만 하는 물리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윤동주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제목부터 책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또, 저자는 과학의 언어로 ‘죽음’을 새롭게 정의하며 우리를 위로한다. 예컨대, 물리학적으로 죽음은 원자의 소멸이 아니라 원자의 재배열이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원자들이 흩어져 다른 것의 일부가 되는 것뿐이다. 또,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한 생사에 대한 은유가 얼마나 과학적 사실인지도 일러준다.

‘나’를 이루는 원자들의 ‘집합’으로 시작한 책은, 기본 입자가 빚어내는 우주의 신비를 보여주고, 원자를 이해하며 인류 문명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양상을 설명한다. 19세기에 존재하지 않았던 컴퓨터, TV, 플라스틱, 스마트폰, 인터넷, 인공위성, 항생제 등 20세기에 나타난 모든 것은 인간이 원자를 이해했기 때문인데, 그러고 보면 지금 우리를 이루는 모든 것은 물리학을 바탕으로 하며, 왜 물리학이 시대의 교양이 되어야 하는지 강하게 설득한다. 하지만 한때 ‘물리제국주의자’였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다른 분야에 대한 공부가, 다양한 학문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고 그 끝에서 던지는 질문은 ‘인간’을 향하며, 물리학자의 본성과도 같은 ‘물리로의 환원’을 애써 거스른다. 404쪽, 1만78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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