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3세’ 대자본가 vs ‘흙수저’ 소상공인…창극으로 태어난 ‘베니스의 상인들’

2023. 5. 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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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
공연계 스타 창작진 총출동
연출 이성열ㆍ극본 김은성ㆍ작곡 원일
현대적 감성에 맞게 고전의 각색
“대자본가와 소상인들의 대결 구도”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 원일 작곡가, 김은성 작가, 이성열 연출가,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유태평양, 민은경, 김준수(왼쪽부터) [국립창극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돈이면 모든 것이 다 되는 세상일 때 다시 태어나겠다.” (샤일록) vs “끝내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겠다” (안토니오)

재벌3세 대자본가와 ‘서민들의 대변인’ 격인 소상공인의 리더가 마주한다. 전혀 다른 두 세계의 대립이다. TV 드라마에 등장하던 익숙한 구조는 서양의 고전과 한국의 전통이라는 틀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국경을 초월한 만남은 지역과 시대를 뛰어넘어 동시대의 옷을 입은 셈이다.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베니스의 상인’을 원작으로 한 국립창극단의 ‘베니스의 상인들’이다.

국립창극단은 17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제작발표회를 열고,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종교적, 시대적 편견을 걷어내는 서사의 변형으로 현대의 감성에 맞는 작품으로 무대에 올렸다”고 말했다.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 김준수 유태평양(왼쪽부터) [국립창극단 제공]
현대적 감성에 맞는 캐릭터의 변형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의 가장 큰 특징은 캐릭터의 변형이다. 수백년 전 작품인 만큼 “현대의 관점에선 의아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편견”(이성열 연출가)을 담고 있다는 창작진의 판단이 있었다.

대본 작업은 무려 1년이 걸렸다. 연극 ‘빵야’, ‘썬샤인의 전사들’ 등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온 김은성 작가는 ‘베니스의 상인’을 통해 처음으로 창극에 도전했다. 그는 “대규모 무역 상사 회장인 샤일록과 소규모 상인 조합 간의 대결 구도로 바꾼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각색 포인트”라고 했다.

두 세계의 대결은 자본주의의 최정점에 살고 있는 오늘의 재연이다. 이 연출가는 “극중 샤일록이 말하는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반면 그에 맞서는 안토니오는 오뚝이처럼 시련을 이겨내 희망을 주는 인물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원작의 제목을 ‘상인’에서 ‘상인들’로 바꾼 것도 젊은 상인들과의 “연대와 협업”을 통해 세상의 굳건한 “벽을 뚫고 지나가는 긍정적 에너지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이성열 연출)다.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 작곡가 원일, 작가 김은성(왼쪽부터) [국립창극단 제공]
‘록 사운드’ 입은 재벌3세 vs ‘말의 힘’ 살린 흙수저

3대에 걸쳐 부를 세습한 기득권을 상징하는 대자본가와 흙수저 소상공인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음악이다. 그간 국립창극단 작품 중 가장 많은 숫자인 62개 곡이 흐른다. 작곡을 맡은 원일은 “보통의 창극에서 작곡과 작창의 비중은 3대7, 4대6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번엔 100% 작창으로 채웠다”고 했다. ‘작창의 신’으로 불리는 한승석과 지난해 국립창극단 ‘작창가 프로젝트’에서 뽑힌 신진 작창가 두 명이 보조 작창가로 참여했다.

가장 큰 고민은 “기존의 창극에선 없던 음악적 요소”를 담아내는 것이었다. 소위 말하는 요즘 사운드의 총집합이다. 원일은 “원형의 힘을 가진 판소리 작창을 이 시대의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록, 팝, 전자음악, 헤비메탈 등 대중적 음악 코드 안에 녹여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창극엔 일렉 기타와 드럼의 사용으로 강력하고 위압적인 사운드가 수놓아져 있다”며 “노래가 끝나고 대사가 나온 뒤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때 관객들에게 드라마가 가진 것 이상의 공상적인 세계를 사운드적으로 불러오고자했다”고 설명을 보탰다. 그러면서도 극적 정서를 맞는 장면에선 계면의 정수를 보여주는 국립창극단의 연주로 우리의 음악을 살렸다.

캐릭터의 아우라를 살리기 위해 음악도 인물마다 달라진다. “뱀처럼 간교하고 독한 이미지의”(이성열) 샤일록이 나올 때는 강렬한 록 사운드의 음악으로 재벌 3세의 자신감을 표현했고, “바위처럼 강직하고 우직한” 안토니오는 ‘말의 힘’을 살리기 위한 유연한 음악 전략을 세웠다.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
국립창극단 간판 스타 총출동

‘베니스의 상인’엔 국립창극단의 간판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샤일록 역엔 뮤지컬 무대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김준수, 안토니오 역엔 유태평양, 지혜로운 여자 주인공 포샤 역엔 민은경이 이름을 올렸다. 포샤와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주는 바사니오 역은 ‘팬텀싱어4’(JTBC)에서 활약 중인 김수인이 맡았다.

김준수는 “대사와 노래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작창은 노래이지만 말맛을 살리는 대사 어법으로 짜여있는 만큼 그것을 살려서 연기하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캐릭터든 찰떡같이 소화하는 유태평양은 “안토니오 역할을 받았을 때 내가 어떻게 안토니오가 됐지 싶었다. 이미지 상으로 내가 떠오르지 않을 것 같았다”며 “큰 역할이 주어진 만큼 무게감과 정의감 그러면서도 익살스러움도 가져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다음 달 8~11일까지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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