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만에 최악"…불확실한 긴축 싸움에 중앙은행 신뢰도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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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롬바르델리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수석경제학자는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예측치를 내놓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2년 후의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를 떠앉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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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에 관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예측 실패' 과오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 긴축 기조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다. 특히 작년 초까지 "물가상승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뒷짐졌던 미국 중앙은행(Fed)을 향해서는 "수십년 만에 최악의 예측이었다"는 날선 비판까지 나왔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를 이끌었던 모하메드 엘-에리언 케임브리지대학 퀸즈칼리지 총장은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시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못박았던 Fed의 당초 전망은 수십년 만에 최악의 예측 중 하나였다"고 했다. 그는 "당시 Fed가 기업들이 발표한 실적 흐름과 각종 (인플레이션 헤지) 조치들의 의미를 더 면밀히 검토했다면 물가상승의 심각성을 더 일찍 발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Fed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자신들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이었다는 게 문제"라며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예측 모델, 미시적 데이터 간과, 집단사고 등이 빚어낸 오류 참사"라고 강조했다. 스티븐 킹 HSBC 수석경제고문도 "최근의 예측 실패는 집단적 실패"라며 "각국 금리 결정자들이 미래에 물가가 어떻게 될지에 관한 대중의 기대를 통제할 수 있다는 능력에 지나치게 의존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Fed는 2020년 코로나19발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쏟아낸 재정 부양책과 통화완화 정책의 폭발성을 과소평가했다. 이듬해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 조짐은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 절하했다. 결국 뒤늦게 작년 3월부터 단기간에 급속도로 금리를 올리느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중소은행의 줄도산을 야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인플레이션의 규모와 지속성을 과소평가했다. FT는 "기업의 가격 결정과 근로자의 임금인상 요구에 적용되는 규칙들이 평상시라면 중앙은행 물가 목표치(2%)에 순응해 잘 작동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규칙들은 일단 물가가 급등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회의론과 혼돈에 휩싸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자신들이 범한 '예측 오류'에 대한 기관들의 입장차도 극명했다. ECB는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했던 실수를 사과하고 "앞으로는 예측 모델보다 근원 인플레이션 수치 자체에 더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오판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성론을 언급한 주요 기관 중 하나다. 반면 영란은행은 "통화정책 실수는 우리의 예측 오류 때문이 아니라 예측조차 할 수 없었던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외부 요인 때문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중의 과도한 기대감을 탓하는 지적도 나왔다고 FT는 전했다. 애초에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한 만큼 "투자자들은 예측의 정확성 여부에 집중하지 말고 예측이 현 시점에서 경제 전반에 대해 통찰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지 여부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용평가사 S&P의 알렉산드라 디미트리예비치 글로벌리서치책임자는 "예측의 목적은 방향성과 위험성을 살펴보는 데 있다"고 했다.
클레어 롬바르델리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수석경제학자는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예측치를 내놓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2년 후의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를 떠앉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 입안자라면 (자신이 수립한) 정책의 효과에 대해 어떻게 가정하겠느냐"고 반문하며 객관적·중립적 예측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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