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만에 간판 내리는 전경련… '한국경제인협회'로 새출발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은 지난 1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이같은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먼저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꾼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961년 전경련 설립 당시 사용했던 명칭으다.
초기 13명으로 시작된 회원 수가 160여개사로 늘어나자 1968년 '회원과 활동이 사실상 전국적으로 확대됐다'는 취지를 담아 '전국경제인연합회'로 간판을 바꿨지만 다시 옛 이름으로 회귀하게 됐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국가와 국민들을 먼저 생각하게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김 직무대행은 "초기 논의 시 일부에서는 전경련 이름 바꾸는게 중요하냐는 의견도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고 최종적으로 반대하는 회장단 기업은 없었다"고 전했다.
전경련이 과거 국정농단 사건으로 위기에 처했던 것과 관련, 김 대행은 "전경련이 정부관계에 방점을 두고 회장·사무국 중심으로 운영됐던 과거의 역할과 관행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말했다.
정경유착을 막기 위해 윤리경영위원회를 만들고, '윤리헌장'도 제정한다. 전경련은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모금,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비자금 제공, 1997년 세풍사건, 2002년 한나라당 대선 자금 차떼기 사건, 2016년 K스포츠·미르재단 기업 후원금 모금 주도 등 수차례 부정사건에 연루되며 정경유착의 고리로 낙인찍힌 바 있다.
새로 설치되는 윤리경영위원회는 협회의 윤리적 경영 현황을 심의하는 협의체로 일정 금액 이상 소요되는 대외사업 등을 점검하고 논의한다. 위원회는 비기업인 중심으로 운영돼 회장과 사무국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한다.
김 직무대행은 위원회에 대해 "회원사들에게 재정적, 비재정적 부담을 주는 사안을 심사할 것"이라며 "정말 합법적이고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있고,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되는게 없는지 심의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윤리헌장'은 향후 총회에서 발표한다. 여기에는 ▲정치·행정권력 등의 부당한 압력을 단호히 배격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확산에 진력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대·중소 상생 선도 ▲혁신주도 경제 및 일자리 창출 선도 등의 내용이 담긴다.
현재 11개사(그룹)으로 구성된 회장단도 확대한다. 새로운 산업, 젊은 세대 등 다양한 기업인들을 회장단에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업종·이슈별 위원회를 구성해 회원사 등 기업들의 참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전경련을 탈퇴한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재가입 추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김 직무대행은 "전경련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등을 더욱 더 단단히 하고, 회원서비스를 강화하는 기구로 거듭나면 4대 그룹도 자연스럽게 친화적이고 우호적 입장을 취하고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이라며 "실무자 중심으로 4대 그룹과 상당한 소통을 하고 있고 전경련 기본 개혁 방향에 대해 4대 그룹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산하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통합해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전환한다. 기존에는 기업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대응하는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보다 선제적으로 글로벌 수준의 정책개발과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국가별 경제협력위원회(경협위)를 더욱 활성화하고 글로벌 전문가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글로벌 싱크탱크로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정부와의 관계에 치중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경제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제고하기로 했다.
차기회장 인선 작업은 아직 안갯속이다. 김 직무대행은 "제 역할 끝난 후 어떤 분을 회장으로 모실 지 아직 생각해 보지 못했다"며 "회장을 모시려면 모습을 바꿔놓은 다음에 모셔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개혁안들을 실현시켜 가면서 접촉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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