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위해 휴학도 감행’…국대 투수 3인방의 두근두근 첫 국제대회 [D-7 BFA컵]

황혜정 2023. 5. 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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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여자야구 국가대표 투수 이지숙, 오노 사유리, 이유진. 화성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화성=황혜정기자] “긴장도 되는데 설렘이 커요.”

대표팀 3년 차 투수 이지숙(22)은 대표팀 양상문 감독이 에이스로 콕 집은 투수다. 안정적인 제구가 강점이다. 이지숙은 아시안컵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팀 선수들이 친근하게 “유리야~”라고 부르는 사유리(18)의 정확한 이름은 오노 사유리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유리는 한국과 일본 이중국적자로, 아버지가 일본인이다. 사유리는 한국어가 완벽하진 않지만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가슴에 단 태극마크도 항상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유진(17)은 고등학교 2학년이다. 사유리와 함께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대표팀에 승선했다. 꿈에 그리던 목표는 여자야구 세계랭킹 1위인 최강국 일본을 상대로 호투해 이기는 것이다.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투수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이지숙. 화성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이지숙은 대학생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야구에 몰두하기 위해, 태극마크에 부끄럽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학기 휴학을 감행했다.

대학생에게 휴학 결정은 의미가 꽤 크다. 이 기간 동안 어학연수를 떠날 수도 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을 수도 있다. 또는 인턴쉽을 하며 진로를 탐색하거나 수험공부를 할 수도 있다. 이지숙은 이 모든 걸 제쳐두고 태극마크를 선택했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꿈이기 때문이다.

이지숙은 “대표팀에 도전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도전했고 다행히 선발전에 통과해 태극마크를 달았다”고 했다. 그에게 올해는 남다르다. 4년 만에 국제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지숙은 8명의 투수 중 나이로는 김보미(34), 최송희(31)에 이어 세 번째로 선참이다. 아직 20대 초반에 불과한 그지만 밑에 5명의 10대 후반 투수 동생들이 있다. “언니들에게 리더십을 배우고 있다”는 이지숙은 차기 투수 조장감이다. “이번에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서 여자야구 꿈나무들이 성장하는 발판을 만들고 싶다”는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여자야구 국가대표 투수 오노 사유리. 화성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사유리는 원래 오버핸드 투수였는데, 지난해 대표팀 정용운 투수 코치의 조언대로 언더핸드 투수로 투구폼을 바꿨다. 사유리는 힘으로 타자를 찍어 누르는 구위형 투수가 아니다. 그래서 정 코치는 여자야구 선수 중에 언더 투수가 흔치 않은 점을 들어 차별화를 위해 언더핸드로 바꾸자고 조언했고 사유리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다행히 새로운 투구폼이 잘 장착됐고, 투구폼 변화로 잠시 흔들렸던 제구도 잡혔다. 그 결과 당당히 2023년도 국가대표팀 8명의 투수진에 선발됐다. 사유리는 “국제대회를 앞두고 긴장도 된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겨뤄볼 수 있어 설레기도 한다”며 웃었다.

주중에는 학교에 다니고 주말에는 하루종일 대표팀 훈련을 하고 있다. 학업과 훈련 병행에 지치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훈련 다음날인 월요일에는 기절할 듯이 잔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유리는 “힘들지만 재밌고, 대한민국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장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미소지었다.

여자야구 국가대표 투수 이유진. 화성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이유진은 “어릴 때부터 국가대표 선배 언니들이 시합하는 걸 구경하며 자랐다. 그런 내가 이제 그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이유진은 대표팀에 와서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제구가 좋지 않았는데, 대표팀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많이 나아졌다. 이전까지는 가운데로만 들어가면 제구가 잘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표팀에 와서는 스트라이크존 모서리 구석으로 꽉 차게 들어가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걸 신경쓰고 연습하다보니 좋아졌다”고 했다.

이유진은 대표팀이 2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쓴 여자배구의 길을 따라갔으면 한다. “여자배구가 도쿄 올림픽 이후로 인기가 많아졌는데, 여자야구도 꼭 좋은 성적을 거두고 감동적인 스토리 많이 보여드려서 인기가 많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지막으로 세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만끽하고 싶은 순간을 밝혔다. 이지숙은 “인코스로 들어가는 속구로 삼진을 잡고 싶다. 내 로망”이라고 했다. 사유리는 “아마 구원 투수로 등판할 것 같은데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올라간 순간만큼은 무실점으로 막고 싶다”고 바랐다. 이유진은 “아직 보직은 안 정해졌지만, 주로 위기 상황에 등판해 승리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양상문 감독이 이끄는 여자야구 대표팀은 오는 24일 홍콩으로 출국해 오는 26일부터 아시안컵(BFA)에 나선다. 26일 일본과 첫 경기를 치른 후, 27일 B조 예선을 통과한 국가와, 마지막으로 28일 필리핀과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조별리그 상위 2팀 안에 들면 슈퍼라운드에 진출해 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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