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 "사실 왜곡하고 인권 짓밟으면 그건 '언폭'" 조선일보 정면 비판

김예리 기자 2023. 5. 1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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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과 2면 전면, 사설에서 조선 '분신방관' 보도 분석
유서대필 조작사건 피해자 강기훈씨 "조선일보, 또 저러는구나"
조선 사진엔 합성, 사실관계 끼워맞추며 각종 보도윤리 위반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경향신문이 19일 1면 기사와 사설을 통해 조선일보의 고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분신 방관 의혹 보도를 분석하고 비판했다.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보도 윤리를 위반해 '보도 참사'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보수단체와 여권이 왜곡보도를 받아들여 확산했다며 사설에서 조선 보도를 '언폭(언론 폭력)'이라 규정했다.

경향신문은 '유서대필 조작 사건'의 피해자 강기훈씨를 인터뷰했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의 피해자 강씨는 고 양 지대장 분신 현장에 있던 동료가 분신을 방관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를 두고 “또 저러는구나 싶어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조선일보는 (30년 전에도) 나한테 이미 죄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며 “살인보다 더한 낙인”이라고 했다.

▲19일 아침신문 1면

윤희근 경찰청장이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서울 도심 상경 집회를 계기로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 집회를 제한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겨레는 기본권 침해로 경찰 내부에서도 법적 근거가 없어 적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면과 2면 전면, 사설에서 조선일보 보도를 정면으로 다뤘다. 조선일보는 지난 16~17일 온라인과 지면 기사로 고 양 지대장이 분신할 당시 곁에 있던 노조 상급자가 이를 말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보도 당일인 17일 페이스북에 “혹시나 (민주노총이)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고, 한 우익 대학생 단체는 해당 상급자를 자살방조 혐의로 고발하기 이르렀다.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1면 기사 <'노동 혐오' 드러낸 섬뜩한 '보도 폭력'>에서 “누군가를 패륜아로 낙인 찍은 기사를 내보내면서 당사자나 경찰 등을 통해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행태,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기조, 사회 일각의 노조혐오 정서가 맞물려 벌어진 '보도참사'”라고 규정했다.

경향신문은 이어진 2면 머리기사로는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의 피해자 강기훈씨 인터뷰를 배치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언론과 여권이 주거니 받거니 사실과 다른 의혹을 부풀리고 검찰 고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1991년의 해당 사건이 연상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향신문 2면 전면

1991년 4월, 명지대 1학년생 강경대씨가 학교 앞 시위 도중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지자 전국 민주화운동 인사들의 경찰 강경 진압에 항의하는 분신이 잇달았다. 강씨는 서강대 옥상에서 분신한 고 김기설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의 유서를 대신 작성했다고 몰려(자살방조) 옥살이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근거 없는 방조 몰이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일보는 그해 5월10일자 신문 3면에 사설 '박홍 총장의 경고'를 싣고 “자살과 시신을 이용해서 목적을 달성하려는 죽음의 세력이 있다면 생명의 존엄성을 유린한다는 점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썼다. 당시 서강대 총장인 신부 박홍씨가 '죽음을 선동하는 배후의 어둠의 세력'을 주장한 데 힘 실었다. 25년 뒤 무죄가 확정됐지만 국가와 동조한 조선일보 등 언론은 사과하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

강씨는 조선일보가 '자살 방관' 의혹을 제기하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 데에 대해 경향신문에 “과거가 자꾸 현재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선일보 보도를 보며 “또 저러는구나 싶어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며 “이건 살인보다 더한 낙인”이라고 했다. “ “1991년으로 다시 나를 데리고 가는 것 같다. 당시에도 언론은 사실을 왜곡해 사람들의 생각을 조종했다. 매년 4~5월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몸이 아픈데, 최근 일까지 겹쳐서 정말 괴롭다”고 했다.

조선일보가 취재 경위 및 보도윤리 위반 사실을 밝히고 오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언론학자 지적도 잇달았다. 경향신문은 <조선일보 '분신 방조 프레임' 보도에 언론학자들 “기본 원칙 안지켜”>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보도에 사용된 사진에는 '합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조선일보가 인터넷 기사에 독자가 제공한 화면이라며 사용한 사진에 시너 통 모습이 합성돼 있고 해당 위치에 흰색 동그라미가 그려져있다고 지적했다. 이민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기자가 의도를 갖고 시너통을 강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 보도에서 합성해 첨부한 CCTV 캡쳐 화면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경향신문에 “경찰 진술에 해당하는 공적 사실을 반박할 정도로 중대한 정보는 반드시 실명 취재원을 사용했어야 한다”라며 “고발의 중대성에 비례해서 취재원의 투명성도 높여야 한다는 대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조선일보의 지난 3월 특집기사 <가짜뉴스 홍수시대, 진실 좇는 저널리즘>에서 마이클 셔드슨 미 컬럼비아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가 조선일보의 언론과 가짜 뉴스가 차별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큰 차이는 실수했을 때 사과하고 수정하느냐다”라고 답한 사실도 언급했다. 셔드슨 교수는 “우리 사회에도 가짜 뉴스로 드러났는데도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는 이들은 퇴출시킨다는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사설 <건설노동자 분신 악마화한 조선일보야말로 '언폭'이다>에서 “경찰과 현장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조선일보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중요한 사실을 감추거나 특정 부분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사건을 호도하고 진실을 왜곡했다”고 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언론이 명확한 근거 없이 사실을 왜곡하고 인권을 짓밟으면 그것은 시쳇말로 '언폭'이다. 조선일보는 기사 보도 경위를 밝히고 A씨와 건설노조에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강릉지청은 유족 동의도 받지 않은 자료가 조선일보에 넘어갔다면 관련자를 문책하고, '건폭몰이'에 혈안이 된 원 장관과 윤 청장은 경거망동을 멈춰야 한다”고도 했다.

윤희근 청장 '집회 금지' 발표에 '위헌' 조선은 “공권력 무너져”

윤희근 청장은 1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번 건설노조처럼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는 금지·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일관되게 '불법 집회 엄정 대응' 기조를 보여왔지만, 청장이 나서 향후 집회까지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5조는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경찰은 이 조항을 넓게 해석하겠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윤 청장의 이날 발언은 이 조항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해, '신고제'인 집회를 경찰이 '허가제'처럼 운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09년 경찰이 불법 시위 전력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자 주의 조처를 내리라고 권고한 바 있다”고 했다.

▲한겨레

경찰 내부에서도 우려와 반론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건설노조 집회에서는 폭력 행위 등이 없었다. 집시법 5조를 적용해 추가 집회를 제한할 근거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1박2일 노숙 집회에서 기물을 파손하거나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법 위반 사항은 한건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서울신문은 1면에서 “법조계에서는 윤 청장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집회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헌 요소가 있다고 지적한다”며 “특히 불법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에 금지 또는 제한하겠다는 것은 경찰의 주관적 판단”이라고 했다.

▲서울신문

서울신문은 윤 청장 발언에 “분신해 숨진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씨를 추모하고 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집회가 끝나자자 경찰청장이 전면에 나서 강경발언을 한 배경에는 현 정부가 노조와 기싸움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경찰의 강경대응이 자칫 헌법상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와 한국일보 등은 윤 청장 발언을 단순 전달했다.

▲한국일보
▲경향신문

조선일보는 되려 경찰의 권한이 무너졌다고 주장하는 한편 이 이유로 '문정권'을 언급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1면에 <文정권 5년, 수사력도 공권력도 무너진 경찰>에서 “교통 위반 딱지는 열심히 떼는 경찰이 민노총 불법은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했다”며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경찰의 수사력과 공권력이 모두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국민일보도 사설에서 “경찰이 불법집회에 관대했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경찰은 현 정부 들어 화물연대 불법 파업과 건설노조 불법 이권에 고강도 수사를 벌였지만, 유독 집회에는 뻔히 보이는 불법을 지나치게 관용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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