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 썼는데 꼴찌 시즌 리플레이? 길목에 선 한화, 성장을 증명하라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화는 지난해 5월까지 치른 첫 51경기에서 19승32패(.373)를 기록해 9위에 처졌다. 시즌 초반 이길 수 있었던 몇 경기를 못 잡은 게 컸다. 경기를 비교적 잘하고도 승부처에서 무너졌다.
가뜩이나 팀 전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초반에 겪은 그 승부처에서의 패배는 팀 분위기에 큰 영향을 가져왔다. 패배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당시를 회상하는 한화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한화는 이 분위기를 끝내 이겨내지 못했고, 결국 시즌을 46승96패2무(.324)로 마감했다. 그나마 힘이 있었던 시즌 초반을 버티지 못한 ‘선수층이 약한 팀’의 결말은 뻔히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4월 성적에 사활을 걸었다. 채은성 이태양 오선진이라는 외부 프리에이전트(FA)들을 거액에 들여 영입했고, 젊은 선수들도 경험이 쌓인 만큼 전력 자체는 지난해보다 나아졌다고 봤다. 포스트시즌을 말하는 관계자는 없었어도, 탈꼴찌를 하고 더 높은 곳에 도전할 수 있는 위치와 승률은 기대하고 있었다. 일단 4월을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하면 또 다른 동력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그런데 4월 경기 양상은 지난해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경기 자체는 나쁘지 않게 했다. 마운드는 지난해보다 훨씬 좋아졌다.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경기는 줄었고, 이기지는 못해도 상대를 물고 늘어졌다. 실제 4월 24경기 중 3점차 이하의 경기가 16경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3점차 이하 16경기에서 한화는 3승13패에 그쳤다. 이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경질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5월 들어서는 점차 승률이 좋아지고 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 최원호 신임 감독의 첫 시리즈였던 지난 주말 인천 SSG 3연전에서는 1승1패1무에 그쳤다. 위닝시리즈를 가져갈 수도 있는 흐름이었지만 결국 승부를 내는 힘이 모자랐다. 16일부터 18일까지 대전에서 열린 롯데와 3연전에서도 첫 판을 잡고도 두 판을 내리 내주며 1승2패에 머물렀다. 이길 수도 있었던 16일 경기에서의 흐름을 잡지 못한 게 아쉬웠다.
올해 한화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8번의 연장전을 치렀고, 이 경기에서 2승4패2무를 기록하며 5할 승률을 못했다. 접전에서도 승률은 떨어지고 있다. 그 결과가 18일까지의 승률 0.371이다. 승률 0.371은 지난해 5월까지의 승률보다 나을 게 없는 수준이다. 적어도 남은 5월 일정에서 이보다는 높은 승률로 마감해야 ‘감독 교체’의 결단을 내린 최소한의 명분을 잡을 수 있다.
마운드는 나쁘지 않다. 올해 37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3.90이다. 리그 7위이기는 하지만, 리그 평균(3.94)보다는 좋다. 선수들의 전체적인 성장이 마운드 선수층을 살찌웠다. 버치 스미스의 부상이 뼈아팠지만, 새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산체스가 가세한 뒤 괜찮은 투구를 했다.
관건은 타격이다. 마운드가 버텨도 한화가 답답한 경기를 하는 건 타격 문제다. 마운드는 지난해보다 발전했는데, 타격은 아직 그런 기미가 안 보인다. 팀 타율(.226), 팀 OPS(0.622) 모두 리그 최하위다. 최원호 감독은 부임 후 라인업을 다시 손보며 타개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효과는 나오지 않는다. 최 감독 부임 이후 한화의 평균 득점은 3.2점으로 여전히 물줄기를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 남은 한 달 반 정도의 성과에서 한화의 올 시즌 목표치 달성 여부도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반전을 이뤄 승률 0.400 이상으로 올라간다면 팀 분위기도 살아나고, 최소한의 흐름도 만들어볼 수 있다. 특히 0.450 이상이라면 포스트시즌 도전이라는 즐거운 명제가 살아날 수 있다.
그러나 그때도 여전히 0.400 이하라면 올해 성적도 도돌이표를 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길목에 섰다. 한화는 성장을 증명해야 한다. 갓 출범한 최원호 체제의 명분에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3년을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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