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례적 회동 극혐하는 머스크, 이재용과 만남엔 뭔가 있다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2023. 5. 19.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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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머스크와 아이들]
지난 15일(현지시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브루노 르 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번 주 머스크는 프랑스를 찾아 마크롱 대통령과 대담도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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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미국 실리콘밸리에 나와있는 김성민 특파원입니다. 3명의 다른 기자를 거쳐 다시 제가 ‘주간 머스크와 아이들’을 쓰는 순서네요.

머스크는 ‘뉴스 화수분’입니다. 이번 주도 그는 동분서주하며 굵직굵직한 뉴스를 만들었네요. 새로운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났고, 테슬라 경영에 다시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법원에서 패소해도 “내 마음대로 트위터에 글을 올리겠다”고 큰소리치기도 했죠. 아, 테슬라 주가 하락으로 작년 머스크가 받은 스톡옵션의 가치가 13조원 감소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우선 머스크와 이재용 회장의 만남부터 살펴보죠.

지난 10일 미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테슬라와 삼성 반도체의 협업 강화되나

머스크는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의미 없는 만남을 형식적으로 갖는 것도 굉장히 싫어하죠.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전 테슬라 직원은 “예전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머스크와의 만남을 요청했지만, 머스크가 ‘만나서 무슨 말을 하느냐’며 거절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목적이 없으면 그 흔한 미팅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머스크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만남은 의미 있게 받아들여집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머스크가 미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방미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만난 시각은 지난 10일이었는데 비밀에 부쳤다가 삼성전자가 홍보용으로 공개한 것이죠. 이재용 회장은 수년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기업인들의 ‘여름캠프’로 불리는 ‘선밸리 콘퍼런스’에 매년 참석해 다양한 기업인들을 만났는데요, 그때 머스크를 봤고 단둘이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이번 만남은 이재용 회장이 먼저 요청했다고 합니다. 테크 업계에선 두 사람이 만나 머스크식 ‘문샷 싱킹(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율주행 기능인 FSD가 켜진 테슬라 모델3가 미 캘리포니아 도로를 달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반도체와 전장 분야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이날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배석했거든요. 현재 삼성전자는 테슬라 차량에 탑재되는 자율주행칩을 위탁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번 모임에선 테슬라의 FSD(완전자율주행) 전용 칩의 생산과 차세대 반도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도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테슬라 칩을 계속 생산할 가능성이 큰 셈입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기존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던 제품의 차세대 버전을 대만의 TSMC로 옮기려면 적지 않은 비용과 재설계와 같은 노력이 듭니다. 큰 문제가 없다면 이전 세대 칩을 생산한 파운드리를 계속 활용하는 것이 남는 장사죠. 특히 TSMC에는 현재 애플과 AMD를 비롯해 수많은 대형 고객사가 있어 테슬라가 이를 뚫고 물량을 선점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날 머스크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기술력을 점검하고, 차세대 자율주행칩 개발을 논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배석했기 때문에 테슬라와 삼성디스플레이 차량용 디스플레이 협력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현재 테슬라는 모델3 차량에 들어가는 LCD(액정표시장치)를 LG디스플레이에서 받고 있습니다. 작년 9월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미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인텔 행사에서 화면이 늘어나는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는데요, 머스크가 이러한 디스플레이를 테슬라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2020년 1월 중국 상하이 테슬라 기가팩토리에서 일론 머스크가 모델3 차량 인도식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매우 엔지니어적으로 일하는 머스크

사실 머스크 관련 가장 큰 뉴스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머스크가 새로운 트위터 CEO를 임명하고, 자신은 제품과 신기술에 신경쓰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새로 임명된 CEO는 NBC유니버설 광고·파트너십 대표였던 린다 야카리노입니다. 그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며 대거 떠났던 광고주들을 다시 유치하는 주요 임무를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머스크가 CEO에서 내려와 CTO(최고기술책임자)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트위터를 위해 더 좋다고 봅니다.

머스크는 테슬라, 스페이스X에서 CEO를 맡고 있지만 사실 그는 일반적인 CEO와는 다릅니다. 보통 CEO는 자신의 발언과 행동이 회사 주가와 미래 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을 염두에 두고 매우 계획적으로 움직이죠. 하지만 머스크는 쉽게 말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스타일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머스크와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항상 물었습니다. “대체 머스크는 왜 그렇게 행동하느냐”고요. 그때마다 돌아온 답은 비슷했습니다. “머스크는 앞뒤 가리지 않고, 지금 현재 당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한다”고요. 그래서 말실수도 많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겁니다. 이는 머스크가 2021년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고백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의 일종으로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지적 능력을 보이지만 사회성이나 행동 면에서 문제를 보입니다. 특히 공감 능력이 떨어집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22년 3월 22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 출고식 행사에서 춤을 추고 있다. /로이터

머스크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머스크와 일한 경험이 있는 여러 명의 엔지니어에 따르면, 머스크는 상당히 엔지니어적으로 일합니다. 회의에서는 일반인이 알아듣기 어려운 엔지니어 용어가 난무하고, 매우 디테일하고 깊게 기술적 논의를 합니다. 회의 분위기는 매우 치열합니다. 한 사안에 대해 엔지니어와 머스크의 의견이 다르면 결론이 날 때까지 이야기를 한다고 하네요. 머스크가 담당 실무자를 직접 호출해 엔지니어적 대화를 하는 경우도 잦습니다. 견해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을 경우엔 머스크가 회의 자리에서, “당신과 나는 의견이 너무 다르다.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라며 해고한 적도 있다네요.

“계속 말대답하면 잘리는 거냐. 무서워서 어디 말하겠느냐”고 했더니 “걱정하지 마라”고 하더군요. 그런 경우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고요. 실제로 머스크와 일한 엔지니어들은 머스크를 매우 높게 평가합니다. “엔지니어가 일하기 너무나 편하게 해준다”는 겁니다. 일의 강도는 높지만, 기술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서로 쉽게 의사소통이 되기 때문이죠. 이런 분위기 속에 유능한 엔지니어가 머스크 밑으로 모이고, 엔지니어들끼리 사기가 고양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역시 엔지니어의 마음은 엔지니어가 잘 아나봅니다.

여튼, 이런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한발 내려왔습니다. 대신 그는 ‘자신의 본거지’인 테슬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는 최근 테슬라 직원들에게 전체 메일을 보내 “일주일에 한 번 부서 채용 요청 목록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테크 업계에선 그동안 트위터 챙기느라 테슬라에 소홀했던 머스크가 다시 테슬라에 집중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머스크가 테슬라에 다시 집중하면서 테슬라 주가는 어떻게 변할까요. 일단 테슬라 엔지니어들은 조금 고달파질 것 같습니다. 디테일한 머스크와 회의를 할 시간이 더 많아졌으니까요. 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한 엔지니어는 “머스크가 트위터에 집중한다고 해도 테슬라 일을 나름 잘 챙겼다. 그래서 계속 힘들었다”고 했으니까요.

일론 머스크와 새로 트위터 CEO로 임명된 린다 야카리노. /AFP 연합뉴스

◇“아무도 내 입은 못 막아”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 신봉자입니다. 트위터를 440억달러(58조5000억원)에 인수하면서 그 첫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머스크는 이번 주에도 표현의 자유를 외쳤습니다. 그것도 법원 판결에 불복하면서요.

지난 15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연방 항소법원은 머스크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합의를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8년 8월 머스크는 테슬라 상장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트윗을 올렸다가 이를 번복했습니다. 미 SEC는 머스크에게 시장 혼란을 초래한 책임을 물어 주식 사기 혐의로 고발했죠. 결국 머스크와 테슬라는 4000만달러(530억원)의 벌금을 내고, “앞으로 머스크가 트윗을 올리기 전 테슬라 사내 변호사들이 이를 검토해 재발을 막겠다”고 SEC와 합의했습니다.

머스크와 트위터.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머스크는 3년이 지난 2021년 11월 또 사고를 쳤죠. 트위터에 자신의 테슬라 지분 10%를 매각할 수 있다는 글과 함께 이에 대한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이 글로 테슬라 주가는 일주일 간 15% 이상 하락했죠. 머스크와의 합의를 철썩같이 믿었던 SEC는 곧장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우리의 머스크,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죠. “SEC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작년 3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연달아 SEC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1심에서도 SEC가 승소했고, 항소법원도 SEC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2018년 당시 머스크가 스스로 자신의 트윗에 대한 검열을 허락했으므로 다시 마음이 바뀌었다고 해서 문제를 제기할 권리는 없다”고 했습니다.

머스크가 법원의 말을 들을까요? 그럴리 없죠. 머스크는 16일(현지시각)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할 것이다. 그 결과로 돈을 잃는다고 해도 그렇게 할 것이다.” SEC와의 합의를 지키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작년 기준 1800억달러(239조7000억원)를 가진 사나이니 돈 걱정은 없겠죠. 덕분에 트위터에서 머스크의 황당하면서도 기괴하고, 유머러스한 말들을 계속 볼 수 있을 예정입니다.

오늘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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