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김기현, 본인 지지층만 지키는 느낌…‘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야”
“김재원, 이준석 체제부터 이어진 ‘서진정책’에 재 뿌려…반성 의문”
(시사저널=광주=변문우 기자)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전날인 17일, 전당대회 당대표에 출마했던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와 함께 광주 오월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월어머니집' 어머니들과 광주 시민들로부터 환호를 받은 천 위원장은 이어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호남에서 보수 정치인들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란 말은 편견"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천 위원장은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최근 '역사 논란'을 일으켜 징계를 받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향해선 "이준석 체제부터 이어진 '서진정책'에 재를 뿌렸다"라며 "진정성 있게 반성했는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도 "본인 지지층만 지키려는 수비적 느낌이 강하다"라며 "변화의 기대를 품을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남 민심을 잃은 여당을 향해 "역사적인 부분에서 왜곡 없이 호남의 미래 버전을 제시하면 당연히 지지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호남 포기전략'을 포기해야 한다"라며 "일관성을 가지고 진정성 있게 외연을 확장해가야 한다"고 당에 촉구했다. 그러면서 "1980년 5·18도 중요하지만 '2030년 5월' 호남의 구체적인 미래 비전도 정부여당에서 책임지고 제시해야 한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 정치를 향한 호남의 민심, 달라졌다고 느끼나.
"보수소속 정치인을 광주나 전남에서 좋아하지 않을 것이란 말은 편견이다. 역사적인 부분에서 왜곡된 접근 없이 광주·전남의 미래 비전, 잘 먹고 잘 사는 문제에 대해서 좋은 대안을 제시하면 당연히 지지해 주실 것이라고 본다. 저희가 스스로 (편견에) 위축돼있을 필요가 전혀 없다. 특히 오늘 (시민 분들이) 이렇게 환대해 주시는 걸 보며 저는 다시 한 번 더 느꼈다. 결국 당과 상관없이 괜찮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좋아해 주시는 거다."
호남 순천을 근거지로 개혁 보수의 꿈을 계속 이어갈 계획인지.
"그렇다. 저는 당연히 다음 총선에서도 순천에서 좋은 성과를 얻어 원내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호남 지역의 잠재력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지지율이 20% 선까지 올라갔다가 최근 김재원 최고위원의 발언 논란으로 조금 하향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저희가 5.18 민주화운동을 존중하고 우리 지역의 이슈들에 대해서 설득력 있는 접근을 하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 부분에 있어서 주된 역할을 하고 싶다."
고공행진 팀으로 5·18 광주 현장에 오신 건 처음이지 않나.
"혼자가 아닌 팀으로 오면서 든든함을 가장 많이 느꼈다. 그러면서 우리가 국민의힘의 주류가 돼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팀과 함께 호남에서도 존중받을 수 있을 만큼 새로운 보수 정치를 선보여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또 5.18 민주화운동 뿐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새롭고 개혁적인 보수정치를 선보이고 싶다. 저희가 꾸준히 열심히 한다면 우리 고공행진 팀은 국민의힘의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고공행진 팀의 모습이 당에는 어떤 메시지를 주게 될까.
"이정현 전 의원이 자주 하신 말씀이 있다.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야 된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 당은 호남, 제주는 물론 수도권 민심을 잡으려는 노력도 안 하는 것 같다. 우리 스스로 영남 지역 정당이 돼선 안 된다. 조금만 일관성을 가지고 진정성 있게 노력하면, 호남은 물론 수도권도 싹쓸이할 수 있다. 저희를 통해 지역·이념적으로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중도 지향 정치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당에 주고 싶다."
김기현 대표 역시 '서진정책'을 이어가는 모습인데.
"지금의 당 상황을 보면 그런 방향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 전당대회 방식도 당심 100%로 하다 보니 기존 지지 당원 분들이 좋아하는 쪽으로 너무 많이 포커스가 기울었다. 자꾸 (기존 지지층) 안으로 들어가는 형태로 갔는데 이걸 뻗어나가는 식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총선은 당심이 아닌 민심 100% 선거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먼저 전당대회 룰부터 다시 바꿀 필요가 있다. 또 앞으로 경선에서도 권력자표 낙하산 공천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납득하실 수 있을 만한 공정한 경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친윤 일색' 당 지도부의 색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지금 우리 지도부에 가장 부족한 것은 다양성이다. 지도부의 부족한 다양성을 채워줄 만한 새로운 관점의 인물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근데 그게 아니라 김기현 대표의 리더십을 더 보완해 줄 만한 사람을 찾는 것은 잘못된 현실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태영호 최고위원 사퇴로 빈 최고위원 자리도 결과적으로 친윤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큰데, 문제에 대한 인식을 현실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
지금 당내는 '개혁적인 이미지는 필요하지만 개혁은 하지 마', '소신 이미지는 좋지만 실제로 소신은 발휘하지 마' 이런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래선 어떤 얘기를 해도 메시지의 소구력이 없다. 메시지의 소구력을 갖추려면 소신 있는 인물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게 신뢰를 얻은 스피커가 좋은 메시지를 낼 수 있다."
최근 당 지도부에서 역사 논란도 많았다.
"지도부에서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의 설화 등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발언들이 많이 나오긴 했다. 그나마 김 최고위원에 대해선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중징계가 나왔기 때문에 (파장이)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기념식에 우리 당 의원 전원과 대통령께서도 참석한다면, 국민의힘에서도 5.18 민주화운동을 가지고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허튼 소리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내려진 중징계 수위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 최고위원이 당에 미친 해(害)는 굉장히 크다. 호남이 여당을 조금 믿을 만하면 이렇게 헛소리를 하는 게 반복돼왔다. 그래서 여당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많은 상태다. 김종인-이준석 체제부터 조금씩 쌓아온 노력에 재를 뿌린 것이다. 이 해를 놓고 보면 출당을 해도 모자르다. 또 김 최고위원의 사과 타이밍 등을 보면 진정성 있게 반성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김 최고위원이) 다음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됐으니 적절한 징계는 내려진 것 같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정부여당의 호남 지지율이 10%포인트 상승했다는 결과도 있다. 5.18을 앞두고 호남 민심의 기류가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김 최고위원에 대한 강한 징계가 이루어졌다는 게 중요하다. 또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실망감도 되게 크다. 돈 봉투 사건이나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논란 등이 있지 않았나. 그래서 민주당에도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생기셨다. 반면 국민의힘은 징계도 내리고 5·18 때도 전원 참석하는 등 열심히 하려고 하니까 조금 지켜보자는 단계로 들어온게 아닌가 보고 있다."
민주당을 향한 호남 민심도 달라졌다는 말인가.
"실제로 지난 지방선거 때 광주에서의 투표율 자체도 굉장히 낮았다. 호남에서 민주당이 좋아서 찍어주시는 분들의 퍼센트가 정말 많이 줄어들고 있다. 여기서 국민의힘이 조금만 정신 차려서 헛소리를 안 하고 지역에서 괜찮은 인재들을 발굴하면 저는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30% 득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대신 일관성 있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지난 4·5 재보선에선 국민의힘 후보가 5등에 그치는 등 참패를 당했었다. 이준석 지도부와 김기현 지도부의 가장 큰 전략 차이는 무엇인가.
"지금 지도부는 변화할 것이란 기대 자체가 낮다. 이준석 대표 체제에선 그래도 30대 젊은 당 대표가 기존과는 조금 다른 정치를 하겠구나, 최소한 역사에 대해 헛소리는 안 하겠구나 하는 믿음이 있었다. 반면 김기현 대표의 경우 직접적으로 호남에 대해 특별히 잘못한 건 없지만 변화의 기대도 별로 안 느껴진다. 또 김기현 대표는 대통령 지지율에 플러스가 되는 당 대표는 아니다. 다른 지도부와의 차별화 지점이 잘 안 보인다.
또 이준석 전 대표의 노선은 지역, 세대, 이념적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노력이 컸던 반면, 김기현 대표는 뭔가 우리 지지층만을 지키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보니 호남에서는 기대감이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김 대표) 본인이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내는 것도 아니니 존재감이나 관심도 낮은 것 같다."
이준석 전 대표가 호남 민심과 관련해 '구체적인 것'들을 공략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런 방법들은 무엇이 있을까.
"물론 1980년 5월에 관한 얘기도 중요하다. 그런데 2023년 5월, 더 나아가 2030년 5월에 호남의 미래 비전도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 지역의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등 민생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만들어나갈건지 구체적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대선 때의 복합쇼핑몰 공약도 주변 상권과의 분쟁으로 진척이 안 이뤄지는 부분도 있다. 이걸 광주시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여당 차원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챙겨야 한다.
최근 광주FC 축구장 구조물 안전성은 물론, 전남에 의과대학이 하나도 없는 등 중요한 이슈 문제들이 있다. 이 부분들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호남에는 현역 국회의원이 거의 없다. 그럼 이 부분에 대해 시도당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서 여당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근데 이런 진정성 없이 선거 때만 잠깐 관심을 가지고, 이후에는 김 최고위원처럼 헛소리를 하면 큰 문제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현재의 정부여당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일단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올라갈 필요가 있다. 여기에 개혁공천을 통해 국민들이 보기에 비호감인 인물들을 쳐내고 공정한 룰에 의한 경선을 해야 한다. 또 평상시엔 정부보다 정당이 아무래도 민심을 더 잘 읽는다. 정당 조직 자체가 풀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민심을 기반으로 당정이 부드럽게 소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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