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 차남의 수프라, ‘메타’ 대신 ‘스트리트’ 패션으로 中 겨냥
“브랜드 확장 위해 다각도의 전략 구상”
하반기엔 프리미엄 패딩 듀베티카 중국 진출
F&F가 ‘메타버스 패션’을 표방해 출범한 수프라(SUPRA)가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로 정체성을 바꾸고 사업 확장을 본격화한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수프라는 이달 AK플라자 수원점에 1호 매장을 열고 오프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출범한 브랜드답게 ‘LA 프리미엄 스트리트 브랜드’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수프라는 이 회사가 지난해 메타버스 개념을 접목해 출범한 패션 브랜드다. 미국에서 글로벌 라이선스 사업을 전개하는 F&F의 종속회사 F&F브랜즈그룹을 통해 2020년 10월 상표권을 취득했고, 지난해 메타버스와 K팝을 접목한 신개념 패션을 선보였다.
메타버스 속 아바타가 입는 가상 의류와 실제 의류를 동시에 출시하는 식이다. 지난해 5월엔 대체불가토큰(NFT) 프로젝트 ‘지루한 원숭이 요트클럽(BAYC)’과 협업해 NFT를 오픈씨에 공개해 완판하기도 했다.
실험적인 시도로 화제를 모았으나, 규모를 키우진 못했다. 최근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의 영향으로 메타버스, NFT, 암호화폐 등이 시들해진 것이 이유다.
이에 회사 측은 성장에 한계가 있는 메타버스 콘셉트 대신 ‘미국에서 탄생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강화하고 나섰다. 스트리트 패션이란 스케이트보드와 힙합, 서핑 등 하위 문화(서브 컬처)를 기반으로 한 패션을 의미한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에 관심이 많은 김창수 F&F그룹 회장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수프라를 선보였으나, 해당 시장의 성장이 주춤하자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MLB처럼 중국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수프라에는 김 회장의 차남 태영 씨가 마케팅팀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를 졸업한 태영 씨는 3년여 전부터 회사에 합류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현재 직급은 과장이다. 이에 시장에선 오너 2세가 속한 사업부인 만큼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해 브랜드 전략을 수정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F&F 관계자는 “디지털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정체성)는 마케팅 툴로 가져가되 브랜드 확장을 위해 다각도의 전략을 짜고 있다”라며 “백화점 유통망을 중심으로 정보기술(IT) 신흥 부호들이 좋아할 만한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F&F의 사업 방향은 해외 시장을 향해 있다. 앞서 이 회사는 미국 프로야구 리그의 지식재산권(IP)을 사들여 만든 MLB를 중국에서 매출 1조 브랜드로 키우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8091억원, 영업이익은 5224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61.9% 각각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14% 증가한 4974억원, 영업이익은 11% 늘어난 1488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38% 성장한 2079억원으로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전체 매출에서 MLB, 디스커버리 두 브랜드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73%가 이 두 브랜드에서 발생했다.
회사 측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앞서 세계 3대 골프용품 업체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위한 펀드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 데 이어, 글로벌 테니스 브랜드 세르지오타키니를 인수해 골프와 테니스 사업의 기반을 다졌다.
올 하반기에는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듀베티카로 중국 럭셔리 시장에 진출한다. 듀베티카는 몽클레어 전 대표가 독립해 설립한 이탈리아 패딩 브랜드로, 다운 점퍼 한 벌 가격이 100만원 안팎이다. 2018년 F&F가 인수했다.
MLB의 중국 외 해외 시장 공략도 가속한다.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에 이어 올 상반기 중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 매장을 열어 동남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F&F 관계자는 “듀베티카의 중국 진출은 어느 정도 가시화된 상황”이라며 “수프라 역시 장기적으로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는 있으나, 현재는 국내 시장 안착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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