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처진 퍼스트무버' 우리금융의 새로운 도전

이경남 2023. 5. 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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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0주년기획[DX인사이트]
'디지털 최초' 다수 보유했지만…추억 속 영광
'공급망금융 플랫폼' 기업금융서도 혁신 가속
작년 이후 '재도약' 데이터·AI로 '초개인화' 집중

'핀테크(Fintech)'란 신조어가 쓰인 지도 벌써 10여년이다. 금융과 정보통신(IT) 기술의 융합으로 금융환경이 180도 바뀌리라는 게 화두였다. 자연스럽게 금융회사의 '디지털 전환'은 생존을 위한 핵심 경영전략으로 자리 잡았고 금융회사들은 앞다퉈 정보통신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새로운 서비스는 시도하는 자에게만 허락된다. 하지만 위험부담도 뒤따른다. 성공이 담보되지 않아서다. 특히 새로운 도전에는 적지 않은 비용과 인력이 소요된다.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새로운 시도가 어려운 이유이자, 이를 감행하는 주체가 '선구자'로 칭송받는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위험부담을 지고도 가장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 곳이 우리금융지주다. 금융과 디지털이 이제 막 융합됐던 10여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5월2일부터 5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열린 ADB 연차총회 현장에 우리금융지주가 마련한 '우리원비즈' 플랫폼 전시장/사진=우리금융지주 제공

빛바랜 '과거'의 영광

우리금융지주의 전신인 우리은행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시도를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해왔다. 이 중 일부는 이제 시중은행 모두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타율'은 높지 않다. 냉정하게 말해 성공 사례보다 실패를 찾기가 더욱 쉽다. 가장 먼저 도전에 나섰지만 현시점에서 디지털 경쟁력이 앞서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모바일 뱅킹의 청사진을 처음 그린 것이 바로 우리은행이다. 이제는 모든 은행의 최대 고객 접점이 된 플랫폼 형태 최초의 모바일 뱅킹이 바로 우리은행의 '위비뱅크'였다. 우리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금융권 최초 모바일 주택 관련 대출, 소상공인 대출, 간편해외송금 등의 서비스를 연달아 선보였다.

금융서비스에만 국한한 것도 아니었다.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위해 금융권 최초의 모바일 메신저인 '위비챗'도 선보였고 결제 데이터가 다량 확보된다는 점에 착안해 금융권 최초의 오픈마켓인 '위비마켓'도 선보였다. 디지털을 통한 금융과 비금융의 결합은 물론, 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선보이는 방식을 이미 활용했던 셈이다. 

하지만 시계를 현재로 돌려보면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최초 모바일 뱅크였던 '위비뱅크'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위비챗'도 '위비마켓'도 이제는 서비스가 사실상 중지됐다. '위비'라는 수식어로 설명 가능했던 '최초'의 영광은 이제 과거의 추억이 됐다. 

우리금융의 디지털 혁신을 총괄하고 있는 옥일진 우리금융지주 디지털IT부문 전무는 "최초라는 도전은 좋았지만 고객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다"며 "그 당시에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역량이 테크기업 등에 비해 부족했던 부분도 있었다"라고 당시를 분석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은행의 도전을 '과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라는 회사에서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금융산업 전반에 혁신의 계기가 됐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이젠 모든 은행이 플랫폼 형태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아예 이를 뼈대로 삼은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자리 잡았다.

메신저 서비스도 이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한 챗봇 서비스로 발전했다. 다양한 은행들이 이를 고객과의 소통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간편 모바일 송금 서비스는 은행은 물론 핀테크 기업까지 진출했고, 새로운 비이자 이익 수익원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재도약 기틀 잡고 다시 '최초'로

우리금융은 과거의 경험을 발판 삼아 새로운 변화에 맞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18년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인근 남산센트럴타워(현 우리금융디지털타워)에 디지털전략을 펼칠 인원들을 한데 모은 둥지를 마련했다.

단순히 '이사'만 한 것이 아니다.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아이디어가 샘솟을 수 있게 조직문화도 수년에 걸쳐 바꿔왔다. 실무 부서 바로 옆 사무실에 회장 전용 사무실을 만들어 둔 것도 직급과 계급에 상관 없이 언제든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였다. 

성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한동안 소식이 없었던 디지털 금융 '최초' 타이틀을 다시 하나둘 따냈다. △금융과 공공 데이터를 연계한 건강보험 납부내역 조회 서비스 △행정안전부 모바일 운전면허증 활용 실명확인 서비스 △개인형 퇴직연금(IRP) 비대면 계좌 전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어려움에 부닥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공급망금융 플랫폼도 금융권 최초로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중소·중견기업의 운전자금 지원 등 금융서비스와 원자재 조달, 제품 생산·유통·판매까지 전 구매서비스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금융권서 보기 드문 기업금융에서의 디지털 혁신이다.

이 서비스는 이달 초 인천 송도에서 열린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에 전시돼 전 세계 금융권 인사들에게 우리금융의 디지털 저력을 알렸다. 

15일 옥일진 우리금융지주 디지털IT부문 전무가 비즈워치와 인터뷰에서 우리금융지주의 디지털전환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곽정혁 pd

새로운 시작…방점은 '초개인화'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디지털 전환이 새 전환점을 맞았다고 보고 있다.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중심으로 금융 서비스의 대고객 접근성을 높인 것이 '디지털 1.0'이라면 이제는 금융 소비자에게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살아남는 '디지털 2.0'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옥일진 전무는 "금융소비자가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 우리나라 금융에서의 디지털 1.0이었다"며 "과거에는 매우 뒤처져 있는 수준이었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세계에서 내로라할 정도로 수준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2.0부터는 말로만 하던 초개인화 된 서비스 부분에서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라며 "바로 이 부분에서 1~2년 사이에 금융회사 간 격차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2.0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지난해 본격화한 마이데이터 사업이다.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금융회사가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모든 금융회사가 추구하는 '내 손안에 작은 비서'를 구현할 기반이 마련됐다는 이유에서다. 

옥 전무는 "앞으로의 초개인화 서비스는 고객이 묻지 않아도 알아서 원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회사는 전 산업을 둘러봐도 활용가능한 데이터를 가장 많이 쌓아둔 업권"이라며 "이 데이터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이를 자동으로 분류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더해 우리금융지주의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옥일진 전무 "DX, 금융 서비스의 질 높였다"

-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놨다고 보는가
▲ 사실 금융권은 일찌감치 전산화하면서 디지털 전환의 시작을 매우 일찍 했다. 다만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 등 금융환경이 변화하면서 금융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서비스의 질이 바뀌게 된 것이 중요하다. 특히 마이데이터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과거 일부 고액 자산가 고객에게만 제공되던 서비스들을 모든 고객이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질 높은 금융서비스가 대중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이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이라고 본다. 

- 보수적인 금융회사가 기업 문화까지 바꿔가며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 기업가치를 보면 알 수 있다. 카카오뱅크, 토스 등이 금융지주사보다도 기업가치가 높았던 적이 있다. 기업은 투자자와 주주들이 원하는 가치를 내야 하는데 현재 시장이 원하는 것이 금융회사의 디지털 전환이다. 이와 동시에 2030세대, 10대 등이 디지털 환경에 매우 익숙하다. 이들은 곧 미래 핵심고객이다. 이들에게서 경쟁력을 끌어내지 못하면 전통적인 금융회사라도 생존할 수 없다. 디지털 전환이 없다면 서서히 죽어갈 뿐이라고 본다. 

- 디지털을 접목한 금융서비스라고 해도 새로운 것은 점점 드물다
▲ 이미 매우 상향평준화 된 상황이다. 고객에게 편리함과 효용을 주는 부분은 세계에서도 매우 앞선 수준이다. 이제는 새로운 것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변화하는 시기다. 말로만 하던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1~2년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 우리금융지주는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는가
▲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닌 인공지능이 해야 한다. 금융 플랫폼 안에서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 어떠한 것인지 고객이 원하지 않더라도 먼저 알아서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현재 이를 위해서 데이터 가공능력, 인공지능 기술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우리은행 모바일 뱅킹 서비스 '우리WON뱅킹'의 MAU(월간활성화 사용자 수) 등 극대화를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앱을 활용하는 트래픽이 늘어난다는 것은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새로운 사업을 펼쳤을 때 새로운 수익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부분도 존재한다. 

플랫폼으로의 경쟁력도 추구한다. 금융업이 추구하는 플랫폼이 다른 플랫폼과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금융업은 신뢰, 안정, 정확과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부분에서 고객이 원하는 종합적인 솔루션을 내놓는 것이 핵심기술(코어)이 될 것이다.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따로 기다리지 않고 제공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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