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얼마나 당해왔으면” vs “세입자 역갑질 선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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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와 역전세난 등의 영향으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폭증하자 임대인과 임차인의 갑을 관계가 역전되고 있다.
신규 임차인을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임차인에게 '이자 지원'을 약속하는 임대인이 나오는 한편, 추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에 임대인의 '자산 현황' 서류를 요구하는 임차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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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1~4월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보증사고 누적액이 1조8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사고액이 1조1726억원이었는데, 4개월 만에 전년 수준의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전세가가 급격히 하락하자 '역전세난'이 발생했고, 당장 차액만큼의 현금을 보유하지 못한 임대인들로부터 보증금 반환사고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전세사기' 여파와 함께 HUG 전세보증 가입 기준 강화, 주택 공시가격 하락 등 영향으로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급증한 영향도 있다. 당초 HUG 전세보증 가입 기준은 전세값이 매매가의 100%여도 가입할 수 있지만, 90%로 강화됐고 공시가격도 기존 150%에서 140%로 강화됐다. 결국 임차인들이 반환보증에 가입하려면 공시가격의 126%(140%의 90%)가 보증보험 가입 기준 금액이 되는 것이다.
기준 강화에 따라 다주택 임대사업자들로부터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늘고 있다. 일례로 비아파트 다주택 임대사업자 C씨는 서울 강서구 한 빌라를 3억4500만원에 전세를 내놨는데, 공시가격 하락과 함께 전세보증 가입 기준 강화로 새 계약 때는 전세가를 8000만원 내려야 한다. C씨가 당장 8000만원의 현금을 가지지 않고 있으면 보증금 반환이 힘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차인들은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는 우려에 '안전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엔 전세사기 피해방지를 위해 임대인의 납세증명서와 선순위 보증금에 대한 정보를 세입자에게 의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임차인 입장에선 빌라, 오피스텔 등에 전세계약을 맺은 2030세대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신혼자금, 평생 모은 자금이기 때문이다. 계약 전 임대인들의 자산 현황 자료를 요구도 이의 연장선이다. 이외에도 전세보증 보증료를 임대인에게 대신 납부해달라는 경우도 있었다.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임대인들에게는 갱신 조건으로 대출 이자 100%, 집 수리, 추후 계약 만료시 이사비용 및 중개수수료 요구 등을 내거는 임차인도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하락한 전세가만큼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보증금 반환이 힘들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임차인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반응은 엇갈린다. 임차인은 "오죽했으면 이럴까"라는 반응인 반면, 임대인은 "역갑질이 선을 넘었다"는 분위기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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