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주 광풍 브레이크 건 ‘매도’ 리포트...“독립 의견 낼 환경돼야”
기업·투자자 눈치에 독립의견 내기 어려워
“유료화로 리포트 질 제고 선순환” 의견도
금감원 “독립리서치 회사 제도 도입 추진”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17일 기준) 증권가에서 나온 ‘매도’ 리포트(비중 축소 포함)는 모두 5건으로 이미 지난해(6건) 수준에 육박했다. 전체 발간 리포트 가운데 매도 리포트의 비중은 0.074%다. 최근 2년간 전체 리포트 대비 매도 리포트의 비중이 2021년 0.055%, 2022년 0.042%에 불과했단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상반기 중 매도 리포트 발간이 두드러졌다.
이들 리포트의 영향력도 컸다. 올 들어 600% 넘게 폭등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던 에코프로(086520)의 주가는 하나증권의 매도 리포트 발간 당일인 4월 12일 하루에만 16.78% 하락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2차전지주 투자세가 열풍 수준을 넘어서며 주가가 급등하자 증권가에서 분석에 손놓고 있던 시기에 나온 매도 리포트였던 만큼 시장에 미친 영향이 컸다. 이달 초에는 유진투자증권에서 에코프로비엠(247540)에 대한 매도 리포트가 나왔고, 리포트 발간 당일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6.55% 하락했다.
최근 일부 종목의 과열 우려가 커지면서 매도 리포트가 연이어 등장했지만, 이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으로 꼽힌다. 지난 2021년 발간 리포트 1만4602개 가운데 ‘매수’ 의견이 1만3765개로 94% 넘게 차지했고, 지난해에도 매수 리포트의 비중이 94.5%에 달했다. 매도 의견의 비중은 1%에도 못 미칠 만큼 희소한 가운데, 사실상의 매도 의견으로 받아들여지는 ‘중립’ 의견의 비중도 5~6%에 불과하다.
증권사 리포트가 매수 의견 일색인 원인으론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독립적으로 의견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 꼽힌다. 기업 리포트가 무료로 공개되는 상황에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는 무수익 고비용 부서로 인식된다. 반면 기업은 증권사의 투자은행(IB) 사업 부문의 잠재 고객으로,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부정적인 투자의견을 내기 쉽지 않다. 또 특정 기업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낼 경우 애널리스트는 해당 기업의 항의를 받고 기업탐방 등에서 제약을 받기도 한다.
매도 리포트를 낸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도 마주해야 한다. 증권사의 리포트 대부분이 매수 의견 일색인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매수 리포트가 나오면 ‘팔때가 됐다’고 반응하며 평가절하하는 한편, 매도 리포트에 대해선 ‘공매도 세력과 결탁한 것’이란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지난달 에코프로에 대해 처음으로 매도 의견을 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의 경우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민원으로 인해 서면 질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나름의 논리와 분석을 바탕으로 낸 리포트에도 투자자 개인의 이해와 반대될 경우 공매도 세력과 결탁한 것 아니냔 비판은 물론이고 신변 위협까지 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다양한 투자 정보를 위해선 투자자들의 이같은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유료화해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보고서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단 의견도 나온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이사는 “애널리스트 리포트 유료화는 정보를 단절하는 정책이 아니라 양질의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한 기본 조건으로 전제돼야 한다”며 “리포트가 유료화되면 매도 보고서도 많이 나오고, 중소형주 발굴도 늘어나며 누가 능력 있는 애널리스트인지도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매수 일색의 증권사 리포트에 대항할 수 있는 독립리서치 회사를 키운단 계획이다. 금감원은 앞서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독립리서치 회사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에도 “유튜브 등을 통해 투자 방향성을 과하게 제시하는 행위에 대해 꽤 오래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그런 사적 정보에 의지하게 된 이유에 제도권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독립 리서치센터 등과 관련한 정책을 올해 주된 방향의 하나로 추진중”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해외 사례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방향성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다연 (her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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