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비이자수익, '수수료→운용보수' 전환 가능할까

노명현 2023. 5. 1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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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에 비해 수수료 중심 한계 명확
투자일임업 허용 관건…당국 분위기 바뀌나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자이익 비중이 지나치게 커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경우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수료(Commission) 수익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수수료가 아닌 운용 보수(Fee) 중심의 비이자이익 사업 구조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건은 은행들이 요구하는 '투자일임업 허용' 여부다. 이를 위해선 증권업계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 이에 대해 명확히 '반대' 입장이었던 금융당국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지 은행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수료 이익 대부분인데…늘릴 방안 없어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총이익(이자+비이자이익) 가운데 비이자이익 비중은 12%(5년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 2020년에는 15.1%까지 늘었지만 지난해의 경우 5.7%로 급격히 줄었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자이익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이자이익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및 미국 은행 총이익 대비 비이자이익 비중/그래픽=비즈워치

이는 미국 은행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숫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한미 은행간 수익구조 및 수익성 비교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미국 은행 비이자이익 비중은 30.1%에 달한다.

국내 은행과 미국 은행 모두 비이자이익은 수수료 수익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수수료 수익 구성에서 차이가 크다. 국내 은행의 경우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마저도 판매수수료 중심 사업모델은 부실 판매를 유발해 오히려 수수료 수입이 위축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면 미국 상업은행은 비이자이익중 은행 고유업무 관련 수수료 비중이 높다. 계좌를 보유하는 데 따른 기본비용인 월간 계좌 유지 수수료와 ATM 인출 및 송금시 발생하는 출금한도 수수료, 이외에도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부가수수료 등이 미국 은행들의 안정적인 비이자이익 수익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미국처럼 예금계좌 관련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가정하면 비이자이익 비중이 5대 은행 평균 19.9%로 크게 늘어난다는 게 KB경영연구소 분석이다.

다만 국내에선 은행의 고유업무와 관련한 수수료 도입에 대한 소비자 반발이 크다. 지난해 가파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급증한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은행들은 ATM 수수료와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면제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을 향해 '지나친 이자장사'와 '돈잔치' 비판이 거센데 여기에 수수료를 도입하는 것은 소비자 불만에 불을 붙이는 셈"이라며 "고객 유치를 위해서라도 수수료는 더욱 줄여가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은행의 투자일임업, 문 열릴까

은행들은 비이자이익 확대 방안으로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판매수수료 중심 사업 모델을 강화하는 것보다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 등 업무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TF 실무작업반 회의에서도 은행연합회는 투자일임업 허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면 허용이 어렵다면 공모펀드나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투자일임업에 한해 추가 허용해줄 것을 건의했다.

이를 통해 판매수수료 중심인 비이자이익이 관리·운용 보수 중심 사업모델로 전환되면 고객과 은행 모두에게 득이 되고 경기에 따른 손익 변동성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은행권  주장이다.

다만 투자일임업을 영위하고 있는 증권업계 반발이 만만찮다. 증권업계에선 기존 정책과의 방향성에 맞지 않고 소비자 보호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관련기사: '은행 투자일임업 허용' 은행 vs 증권사 팽팽(5월11일)

관건은 금융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다. 그동안 금융위원회는 은행들의 투자일임업과 관련해 '불가'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류가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제도개선 TF는 은행 투자일임업 허용과 관련해선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6월 중 비이자이익 다각화 방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투자일임업은 금융업권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국민 편익이 무엇인지 봐야한다"며 "은행과 증권이 하는 투자일임의 차이와 국민에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을 추가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과 증권을 대하는 소비자 행태가 다르다"라며 "증권사에 일임하는 것은 투자이익 극대화 관점, 은행은 생애주기에 따른 자산관리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업권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만큼 은행에도 투자일임업 허용이 필요하다"며 "특히 제도개선TF가 특화은행, 스몰라이선스 도입 등 은행 경쟁 촉진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은행에 불리한 게 사실인데 반대로 신사업에 대한 문을 열어줘야 형평성에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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