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줍줍]매출 수백억 뻥튀기하다 거래정지된 현대약품

김미리내 2023. 5. 1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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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장려금' 활용해 매출·수익 높여 회계처리 위반 
금융위 검찰통보, 거래소는 상장적격 실질심사 나서

유가증권시장 상장 의약품 제조업체인 현대약품. 이 회사는 건강 기능성 음료인 미에로화이바와 탈모치료제 마이녹실을 비롯해 물파스, 버물리 등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지난 17일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따른 검찰고발 등 조치' 내용을 공시했어요.
 
▷관련공시 : 현대약품 5월 17일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따른 검찰고발 등 조치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이날 현대약품의 회계처리와 관련해 제재 결정을 내렸기 때문인데요. 

증선위는 현대약품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매출인식 시점에 판매장려금을 제하지 않고 수익으로 인식했고, 결산시점(11월 말)에는 판매장려금과 미지급장려금을 과소추정해 매출과 매출채권 규모를 키웠다고 지적했어요. 

현대약품이 뻥튀기한 매출채권(누적 기준) 금액은 2013년 116억원, 2014년 115억원, 2015년 130억원, 2016년 144억원, 2017년 158억원, 2018년 189억원, 2019년 2억원으로 2018년까지 매년 100억원을 넘겼어요. 

현대약품은 판매촉진 정책으로 판매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는데요. 제품을 판매할 때 고객에게 장려금을 일부 지급하는 방식이에요. 이런 장려금은 판매한 수익에서 차감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매출을 더 크게 보이도록 했어요.  

또 결산 과정에서 판매관리비와 미지급금(부채)을 수억에서 수십억원 줄이는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허위 작성해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을 부풀리기도 했다는게 증선위의 판단이에요.

이에 증선위는 현대약품에 3년간 감사인을 지정하기로 하고 해당 사실을 검찰에 통보하겠다고 밝혔어요. 

감사보고서 '이상무' 판단한 회계법인에도 책임 물어

증선위는 그동안 회사의 재무제표를 감사해온 한영회계법인에도 과징금, 손해배상공동기금 30% 추가 적립, 현대약품 감사업무 제한 2년 등을 명령했어요. 

상장법인은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요. 회사가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지 못하도록 제3자인 외부 전문가가 장부를 들여다보고 문제가 있는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죠.

특히 현대약품처럼 자산이 1000억원 이상인 상장법인은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 의무뿐 아니라 회사가 재무제표 작성에 왜곡이 없도록 정한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서도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데요. 이러한 외부감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게 증선위의 판단이에요.

한영회계법인은 지난 2월 16일 회사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서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판매장려금을 핵심 감사사항으로 정했다"고 밝혔는데요. 

핵심 감사사항으로 정해 감사했음에도 관련 문제를 밝혀내지 못했고, 회사의 내부감시장치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진단했어요. 

무엇보다 현대약품 경영진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데요. 경영진은 재무제표를 공정하게 작성하고 재무제표의 오류가 없도록 하는 내부통제 관련 책임을 져야 해요.

금융위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회사와 해당 관계자들에게 부과할 과징금을 추후 결정해 통보할 예정이에요.

적자에 거래정지까지…소액주주 피해 우려 

현대약품은 현재 재무상황(11월 말 기준)도 좋지 않아요. 매출액은 2020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요. 

매출액은 2020년 1329억, 2021년 1398억, 2022년 1626억원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영업손익은 30억원, -15억원, 79억원을 기록했어요. 이 기간 당기순손익은 2020년 21억원에서 2021년 -31억원, 2022년 -1억원으로 적자를 기록 중이에요. 

회사는 앞서 올해 1월 11일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대규모법인 15%) 이상 변경' 공시를 냈었는데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 이상 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는 내용이었어요. 

하지만 한달 뒤인 2월 8일 다시 정정공시를 냈는데요. 영업이익이 77억원에서 79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2억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를 내고 있다는 내용으로 정정했어요. 정정 사유로 '외부감사인의 감사 중 변동사항 발생' 때문이라고 밝혔는데요.

이와 관련해 현대약품 관계자는 "1월 공시 당시에는 당기순이익이 발생해 흑자전환 했으나 이후 1월 19일 금감원의 조치 사전통보로 과징금을 손익에 반영하면서 적자로 전환했다"고 설명했어요.

참고로 한영회계법인은 2021년 초 '2018년도 감사보고서' 정정을 통해 "미지급판매장려금 과소계상과 결산조정 오류로 2017년과 2018년 당기순이익과 미처분이익잉여금이 수십~수백억원 가량 과대계상됐다"고 밝히며 문제를 지적한 바 있는데요. 

당시 감사의견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고, 지난해 감사결과 역시 문제없다고 판단했어요. 이후 사태가 불거진 만큼 이를 믿은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떠안을 수 있는데요. 

현대약품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고의가 아닌 관리부실로 발생한 사안"이라며 "2021년에 판매장려금 미반영내역을 반영해 과거 재무제표를 수정했고 감리결과 수정한 금액에 이상이 없다는 것으로, 회계오류에 대해 처분을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어요.

회계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잘못 작성한 사실이 확인되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할 수 있는데요. 이에 한국거래소는 현대약품에 대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들어갔고 18일부터 현대약품 거래를 정지한다고 공시했어요. 장기간 주식거래가 묶일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죠.

현대약품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이한구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24.26%를 보유하고 있고요. 2만7000여명의 소액주주들이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 중이에요.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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