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터지는 사고' 강백호, 스타 대접 받을 자격 없다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김용 2023. 5. 1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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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 하면 터지는 사고, 이번 플레이가 가장 최악이었던 이유.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 스포츠에서 선수들은 이기든, 지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경기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의무다.

강백호는 스타지만, 아직 어린 선수다.

하지만 이번 아리랑 송구는 어떻게 감쌀라야 감쌀 수가 없는 최악의 플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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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KBO리그 LG트윈스와 kt위즈의 경기가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T 강백호가 4회초 2사후 우전안타를 치고 진루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5.17/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잊을만 하면 터지는 사고, 이번 플레이가 가장 최악이었던 이유.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 스포츠에서 선수들은 이기든, 지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경기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의무다. 돈과 시간을 투자해 경기를 보러 오는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매 경기 다 이길 수는 없다. 대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는 선수들을 위해 팬들은 응원을 보낸다.

야구에서 땅볼을 치고 전력질주를 하지 않는 선수는 존경을 받을 수 없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다. 2016년 가을 열린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KIA는 9회말 1사 만루 위기 LG 김용의에게 결승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패했다. 외야로 큼지막한 타구가 날아갔고, 공을 잡아도 99.9% 3루주자가 살 수 있는 상황이라 보통 외야수들은 타구 추격을 포기하지만 KIA 중견수 김호령은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가 어려운 공을 잡았고, 안될 걸 알면서도 끝까지 내야에 공을 뿌렸다. KIA는 패하고도, 김호령의 이 플레이에 박수를 받았다. 스포츠가 주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그런데 18일 잠실구장에서는 충격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KT 위즈의 스타 강백호의 어처구니 없는 플레이 하나로 경기 흐름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KT가 3-2로 앞서던 5회말. LG 박해민의 안타로 무사 1루. 이어 등장한 김현수가 우익수 방면 안타를 쳤다. 발빠른 박해민이 3루까지 가는 건 당연한 타구였다. 문제는 공을 잡은 우익수 강백호였다. 박해민이 3루에 멈추자 방심한 듯 내야에 있던 장준원에게 '아리랑 송구'를 했다. 집중력을 잃지 않은 박해민이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홈까지 파고 들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충격적인 '본헤드 플레이'였다. 그런 송구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아무리 이유를 생각해보려 해도, 안타를 맞은 상황이 짜증나, 그 짜증을 푸는 걸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았다.

2023 KBO리그 LG트윈스와 kt위즈의 경기가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T 김상수와 강백호가 3대7 패배를 확정지은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5.17/

이 플레이의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당장 동점을 허용했음은 물론, 투수 고영표까지 흔들었다. KT는 5회 6실점하며 그대로 무너졌다.

KT는 꼴찌다. 강백호는 스타지만, 아직 어린 선수다. 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해도 부족한 마당에,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팀을 수렁에 빠뜨렸다. 리더, 스타로서 존중받을 자격이 없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강백호는 엄청난 재능으로 데뷔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온 선수다. 야구도 잘하고, 거침 없고 통통 튀는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사건 사고도 많았다. 도쿄올림픽 '껌 사건'은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희대의 '세리머니 주루사'로 망신을 당했다. 지난해 부상으로 시즌 절반도 뛰지 못하고, 최악의 성적을 기록해놓고 연봉 삭감에 반발해 스프링캠프도 지각 출발해 질타를 받았다.

차라리 이런 문제들은 이해라도 해볼 수 있다. 껌 사건은 충격적인 경기 내용에 무의식적으로 나온 것일 수 있고, 세리머니 주루사도 의욕이 너무 넘치다보니 생긴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아리랑 송구는 어떻게 감쌀라야 감쌀 수가 없는 최악의 플레이였다. 당장 2군행 징계를 받아도 할 말 없을 것이다. 프로 선수로서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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