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징 커브’ 무색한 선수… 통합우승 4연패 향해 뛴다
국가서 부른다면 언제든 뛸 것
‘고집’이 지금의 한선수 만들어
시행착오 거쳐 스스로 커가야
에이징 커브(Aging Curve). 운동 선수가 나이가 들면서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을 16년째 지키고 있는 세터 한선수(38)는 에이징 커브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선수다. 한양대를 졸업하고 2007~2008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뽑혀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한선수는 부단한 노력으로 20대 중반에 정상급 세터로 올라섰다. 데뷔 10년 차에 대한항공의 V리그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그는 세월이 흐를수록 기량 퇴보는커녕 한층 더 물오른 경기운영 능력으로 2020~2021시즌부터 2022~2023시즌까지 대한항공의 통합우승 3연패를 진두지휘하며 세터 최초의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기염도 토했다.
경기 시작 전엔 후배들의 훈련을 볼보이로 돕고, 경기가 시작하면 관중석에 있는 한선수는 “같이 뛰지 못해 아쉽다. 지난해 수술한 무릎이 좋지 않다”면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뛰기 위해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우리 나이 마흔이 되지만, 국가가 부른다면 영광스럽게 달려간다는 마음이다. 한선수는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가고 싶어요. 남자배구 인기가 다소 처져 있는데, 국제대회에서 뭔가 보여주면 도움이 될 테니까요.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과 더 많은 팬 앞에서 배구할 수 있었으면 해요”라고 답했다.
V리그 통합우승 3연패와 정규리그 MVP 수상도 한 달여가 지났다. 한선수의 시선은 벌써 전인미답의 고지인 통합우승 4연패로 향해 있다. 우승 당시 눈물도 흘렸던 한선수는 “시간이 꽤 지나 지금은 덤덤하다. 이제 새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자 한다. 챔프전 7연패를 한 삼성화재조차 통합우승 4연패는 해내지 못했다. 배구인생 그리고 대한항공에 통합우승 4연패 같은 최초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우승한 뒤 42세까지 배구하고 싶다고 했죠. 3년은 더 코트 뒤가 아닌 주전으로, 팀의 중심으로 활약하고 싶다는 자신감과 바람을 드러낸 거죠”라고 덧붙였다.
◆“스스로 생각하는 세터가 돼야”
이젠 사라지긴 했지만, 챔프전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던 시절엔 ‘한선수는 고집이 너무 세다’라는 비판의 시선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한선수는 “세터가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기 위해선 고집도 필요하다. 그 고집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도 있다”면서 “어린 세터들에게 조언해 달라고 많이 요청하는데, 그에 대한 답도 ‘고집’의 연장선에 있어요. 두려워하지 말고 우선은 자기 생각대로 해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세터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게 지도자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설명했다.
한선수는 감독이 세터에게 직접 지시하는 것 자체가 틀린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세터가 스스로 고심해 결단을 내리고 그로 인해 생긴 상황들을 경험하며 위기를 뚫어갈 능력이 생기는 건데, 주입식으로 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욕을 먹더라도 내가 생각한 대로 했다. 나쁘게 보면 고집이지만 좋게 말하면 소신인 거죠. 제 플레이에 대한 주관이 뚜렷했고, 그게 지금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좋은 아빠는 아냐. 좋은 남편은 노력 중”
‘인간 한선수’로 화제를 돌렸다. 2012년 결혼한 한선수는 효주와 수연이, 소현이까지 세 딸의 아빠다. 세 자매는 대한항공 팬들 사이에선 유명인사다. 어느덧 네 살배기가 된 막내 소현이도 아빠가 배구선수인 것을 안다. 한선수에게 아빠 그리고 남편으로서 스스로 평가하면 어떻냐고 묻자 “좋은 아빠는 아니죠. 많이 챙겨주지 못하고, 오래 같이 있어 주지 못하니까요”라면서 “좋은 남편은 되려고 노력을 하지만, 어쨌든 그것도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이어 “지금은 ‘배구선수 한선수’에 집중하고, 배구를 그만두게 되면 가족들을 위해 살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마나마=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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