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전날 美·日 정상 양자 회담… 기시다 “한·일관계 더 진전” 바이든 “환영”

강구열 2023. 5. 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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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으로 현상변경 반대” 재확인
印太지역 韓·쿼드 협력도 강조
‘北 비핵화 위한 억지력 강화’ 한뜻
반도체 등 기술 협력… 中 견제
G7, 中·러 대응 연대 최대 의제
대러 제재·우크라 지원 강화 모색
19일 정상들 원폭피해 자료관 방문
피폭지서 ‘핵군축·비확산 강조’ 뜻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히로시마(廣島)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18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만나 한·일 관계 진전을 환영했다.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두고 한·미·일 3각 공조 강화에 뜻을 모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악수하는 두 정상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8일 히로시마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히로시마=AP연합뉴스
◆바이든 “한·일 관계 개선 환영”

백악관과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이날 히로시마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중 지난 7∼8일 한국 방문을 언급하면서 한·일 관계를 더욱 더 진전시킬 것이라고 말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역내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기시다 총리의 용기 있는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미·일 정상은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을 포함해 지역의 억지력 강화와 안보리 대응에 있어 미·일, 한·미·일이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력하자는 데에도 의견이 일치했다.

두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다자 협력, 특히 한국 및 쿼드(미·일·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국가, 동남아시아, 태평양 섬나라들과 협력 증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또 반도체와 양자, 인공지능(AI), 바이오와 같은 최첨단 기술 개발을 포함한 경제안보 분야 등에서도 두 나라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모두 군사적·경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한다는 점과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겠다는 결의를 거듭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의 잔인하고 불법적인 침략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는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1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가 히로시마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는 모습.  히로시마=로이터AP연합뉴스
◆G7 최대 의제는 중·러 대응

19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G7 회의에서도 중국, 러시아에 대한 대응이 가장 주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6∼18일 나가노(長野)현에서 열린 외무장관회의에서 G7은 이 같은 의지를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가속화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우크라이나에서 즉시, 무조건적으로 군대를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요미우리신문은 G7이 우크라이나에 관해 채택할 개별 성명 초안에 “러시아에 무기 등을 공급하는 제3국에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심각한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고 러시아와 더욱 밀착한 중국에 대해서는 대립적인 자세가 분명하다. 중국의 적극적인 해양 진출, 대만 유사 사태 등에 대한 경계심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참여국인 이탈리아는 참여 협약 철회를 이번 회의서 논의한다. 일대일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말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서 권좌에 오른 뒤 2013년부터 추진해 온 중국∼중앙아시아∼유럽 간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이다. G7 가운데 일대일로에 참여한 유일한 국가인 이탈리아는 일대일로의 유럽 교두보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미·중 간 경제·안보 이슈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이탈리아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G7 정상들은 AI의 적절한 활용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다. 지난달 29∼30일 열린 G7 디지털·기술장관 회의에서는 챗GPT 등 생성형 AI에 대한 대응이 논의됐다. 전염병 대응, 온실가스 감축을 핵심으로 하는 기후변화 등도 주요 의제로 꼽힌다.

G7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40%, 세계 군사비의 52%를 차지하는 국가들로 이뤄진 만큼 국제 질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해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호주, 인도 등 8개국이 의장국 초청을 받아 함께한다.

기시다 총리는 1945년 8월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에서 핵군축·비확산의 중요성을 보다 강조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이날 “히로시마는 원자폭탄으로 괴멸적인 피해를 입었다가 부흥한 뒤 평화를 희망하는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G7 정상들은 피폭자들의 유품, 피폭 당시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는 히로시마평화기념자료관을 19일 방문한다.

요미우리는 “히로시마에서의 정상회의 개최는 ‘피폭 외교’의 집대성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3월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尹·기시다 21일 양자회담… 2주 만에 재회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오는 2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지난 7일 서울에서의 회담 이후 2주 만에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또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총리 간의 한·미·일 정상회담에 나선다. 3국 회동은 윤 대통령의 지난 3월 방일과 4월 국빈 방미, 지난 7∼8일 기시다 총리의 답방 등 숨 가쁘게 진행한 외교 성과의 대미를 장식할 이벤트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19일부터 2박3일간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히로시마를 방문한다. 대통령실은 21일 한·일 양자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18일 공식 발표했다.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방일과 지난 7∼8일 기시다 총리의 답방 때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 회동이다. 12년 만에 재개된 한·일 ‘셔틀외교’의 틀을 굳히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한국은 G7 회원국이 아니지만 의장국인 일본의 초청에 의해 참관국(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게 됐다. 한·일 정상은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도 공동 참배할 예정이다.

한·미·일 정상회담은 마지막 날인 21일이 유력하다. 3국 회동에서는 북핵 위협에 맞서 한·미·일 간 북한 미사일 정보 공유 협의체 신설을 발표하는 등 안보 공조가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북아 지역의 미국 우방국으로, 윤 대통령의 최근 외교 행보는 이번 3국 회동을 목표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 대통령실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실효적 안보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한·미·일 협력이 필수적이고, 경제 안보 관점에서도 우방국과의 공급망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지난 3월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 해법 발표와 윤 대통령의 전격 방일로 국민 여론이 악화할 때 “일본과의 양자 관계만을 고려한 선택이 아니다. 이번 조치의 성과는 국빈 방미와 5월 G7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지난해 11월 ‘프놈펜 성명’에 포함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등 3국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공조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신냉전 기류 속 북·중·러를 겨냥한 발언도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윤 대통령은 히로시마에서 영국,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베트남 정상과도 양자 회담을 한다. 방문 첫날인 19일에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갖고, 20일에는 나렌드라 모리 인도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회동할 예정이다.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악수하는 시 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산시성 시안에서 18일 개막한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다자 정상회의에 참석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시안=AFP연합뉴스
◆中, G7 대만 논의에 발끈… “불장난 땐 불타 죽어”

미국과 일본 등 중국과 대척점에 서 있는 서방 선진국 모임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맞서 중국은 18일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을 불러 모았다. 그러면서 중국은 G7 정상회의에서 대만 해협 문제가 다뤄지는 것에 대해 “불장난을 하지 말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경을 맞대고 경제적으로 밀착된 우군(友軍)을 결집해 중국 집중 견제가 예상되는 G7에 맞불을 놨다는 분석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이틀간 일정으로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었던 산시성 시안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다자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중국이 1990년대 초 소련 붕괴 뒤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개별 수교한 뒤 30여년 만에 처음 개최한 대면 다자 정상회의다. 특히 중국은 ‘색깔혁명’(권위주의 정권 국가에서 서방 주도로 일어나는 민주주의 개혁 운동) 반대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그들이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두도록 할 방침이다.

이 회의를 연 중국의 의도는 시 주석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전날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확인된다. 시 주석은 성명에서 “인권 문제의 정치화에 결연히 반대하고, 외부의 간섭과 색깔혁명 방지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측은 “대만이 중국 영토의 나눌 수 없는 일부임을 재확인하고 중국 정부가 평화적인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하는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러시아의 영향을 받던 중앙아시아 국가의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 강화가 이번 모임의 동력 중 하나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중국도 러시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들 국가와 한 차원 높은 관계를 구축할 공간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중앙아시아 국가 입장에서는 기존의 맹주였던 러시아를 보완 또는 대신할 경제 및 안보 협력 파트너로서 중국이 가진 가치가 상당해 이번 회의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G7에서 다뤄질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날 선 반응은 계속됐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G7 정상회의 결과물에 ‘대만 해협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담는 방안이 추진되는 데 대한 질문을 받고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만 이야기하고, 중국의 통일에 대한 지지를 말하지 않는 것은 양안의 ‘평화적 분열’을 만드는 일”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이 경우) 반드시 중국 인민의 결연한 반대에 봉착할 것”이라며 “대만 문제에 대한 도발과 불장난을 중단하고,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玩火者, 必自焚)”이라고 경고했다.

히로시마=강구열 특파원, 유태영 기자,이현미 기자,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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