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찾아온 손꼽아온 기회, 놓치지 않고 싶어요” 광저우의 영광을 재현하고 픈 박정환[인터뷰&]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는 역대 처음으로 바둑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 바둑의 아성에 도전하던 중국 바둑이 자국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을 통해 한국 바둑의 자존심을 꺾으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중국은 바둑에 걸려 있던 금메달 3개를 모두 한국에 내주며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당시 만 17세로 대표팀의 막내였던 박정환 9단(30)은 남자 단체전과 혼성 페어에 모두 출전해 금메달 2개를 따내며 당당히 2관왕에 올랐다.
이후 아시안게임에서 자취를 감춘 바둑은 13년이 지난 올해 다시 부활했다. 13년 전보다 더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 바둑이 자국에서 다시 한 번 한국 바둑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리고 더 강해진 중국 바둑을 상대로 박정환은 다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13년 전에는 막내였다면, 이번에는 고참으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다.
박정환은 지난 16일 한국기원에서 기자와 만나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내가 너무 어렸다. 그래서 멋도 모르고 그냥 편하게 즐기려고 갔다”며 “물론 군 문제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중요했다. 그래도 비교적 바둑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고 13년 전을 즐겁게 회상했다.
지금은 바둑 팬이라면 누구나 다 인정하는 신진서 9단의 시대다. 그런데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박정환의 시대’였다. 한국 바둑의 1인자 계보도 조남철-김인-조훈현-이창호-이세돌-박정환-신진서로 이어지는 데서 알 수 있듯 한국 바둑을 대표하는 기사였다. 랭킹 1위를 신진서에게 넘겨주고 2위로 내려온지 꽤 됐음에도 그가 기록한 60개월 연속 바둑 랭킹 1위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정상권에서 신진서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점은 박정환의 자기관리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증명한다. 박정환은 “내가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체력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한다”며 “시합 기간에는 평소보다 먹는 것에 더 신경쓴다. 틈틈이 헬스장도 다니고 있고 조용한 것을 좋아해서 산책이나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듣는 것을 취미로 삼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다른 사람보다는 바둑에 투자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둑 공부량이라면 바둑계에서도 정평이 난 박정환다운 자신감이다.
국내대회와 세계대회가 있는 바둑에도 농심신라면배라는 국가대항전이 있다. 아시안게임 역시 국가대항전이다. 농심배를 통해 많은 국가대항전 경험을 쌓은 박정환은 아시안게임은 농심신라면배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한 대회라고 했다. 그는 “아시안게임은 4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거기에 바둑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것도 어렵다.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 아시안게임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다른 대회보다 금메달이 절실하다. 국가 명예도 걸렸고, 얼마 안되는 기회이기 때문에 다들 열심히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13년 전의 치욕을 떨치기 위해 여러 부분에서 손을 썼다. 그 중 하나가 종목 변경이다. 광저우 대회 때 남자 단체, 여자 단체, 혼성 페어 3종목을 도입했는데 이번 항저우 대회에서는 혼성 페어를 없애고 남자 개인을 대신 편성했다. 이는 신진서와 최정 9단이 합을 맞출 것이 유력한 혼성 페어에서 한국의 적수가 없어 ‘꼼수’를 썼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랫동안 최전선에서 중국 기사들과 숱한 대국을 펼치며 중국 바둑의 성장을 직접 목격해온 박정환은 이번 아시안게임은 한국 바둑도 13년 전과는 달리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이미 뽑았던 대표팀을, 대회가 1년 연기되자 해체하고 처음부터 다시 선발전을 해 대표팀을 구성하고 있다. 박정환은 “요즘 중국 바둑은 층이 너무 두텁고 강한 기사들이 많다”며 “사견이라는 전제하에, 광저우 대회보다 지금이 중국이 금메달을 딸 확률이 높은 것 같다. 개인전이야 신진서 사범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단체전 금메달은 50%가 될까 말까라고 본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단, 어디까지나 상대 수준을 진단한 것일 뿐 금메달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박정환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꿈에 그리는 목표가 금메달이다. 정말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며 “나 역시 바둑이 13년 만에 아시안게임에 들어가 감회가 남다르다. 정말 손꼽아 기다려온 기회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결연한 각오를 보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바둑 외에는 다른 관심사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박정환도 여러가지 관심두는 곳이 많다. 다른 스포츠 선수들의 루틴이나 생활 패턴 같은 것을 파악해 자신에게 써보기도 한다. 박정환은 “광저우 대회 때 선수촌에서 생활하면서 정말 많은 스포츠 스타들을 봤다. 개인적으로는 손연재 선수와 사진 찍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미소를 지은 뒤 “이번에는 축구 선수들과 한 번 사진을 찍어봤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보였다.
박정환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는 ‘피겨 여왕’ 김연아다. 김연아가 했던 ‘99도까지 죽을 힘을 다해 온도를 올려도 마지막 1도를 넘기지 못하면 물은 영원히 끓지 않는다’는 말은 박정환이 가장 감명깊게 듣고 자신의 동기부여로 삼고 있다. 그는 “실패해도 주저앉지 않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 너무 멋지게 들렸다. 나 또한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과 인품을 갖췄음에도 끝없이 정진하려는 박정환의 자세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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