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실톡톡] 尹, 외교 '성과'에도 복잡한 속내…조급한 개혁 과제

정지형 기자 2023. 5.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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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서 두각에도 국내 주요 국정과제는 지지부진
여소야대 손발 묶인 상태서 외교무대서 활로 개척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5.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들어 숨 가쁜 외교 일정을 잇달아 수행하며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정상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윤 대통령이 외치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상황은 거야(巨野)에 막혀 국정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대통령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1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공급망 재편을 포함한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한국이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각 부처 신년 업무보고에서도 부처를 가리지 않고 글로벌 복합위기가 엄중한 상황을 지적하며 공급망 확보와 수출 등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은 외교 분야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며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올해 정상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대한민국 제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있다.

지난 1월 UAE(아랍에리미트) 300억달러(약 37조원) 투자 유치 성공에 이어 4월 미국 국빈 방문 당시에도 59억달러(약 7조8000억원) 투자 유치를 얻어내는 등 성과도 적지 않다.

투자 유치 이외에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 등에서 양국 정상 간 합의로 국내 기업 우려를 해소하고, 일본과는 수출규제를 해제해 공급망을 강화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미국 국빈 방문 준비 과정에서 국가안보실장 교체와 미 정보당국 도·감청 의혹 등 각종 논란이 터졌지만 결과 측면에서는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일관계 정상화도 지지율 하락이라는 반작용에도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합의한 워킹홀리데이 확대처럼 윤 대통령이 힘을 실은 청년세대 교류 활성화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캐나다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5.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 대통령 스스로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취임 이후에 "외교·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뤄진 분야도 없다"고 말한 것처럼 대통령실은 외교만큼은 순항 중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시선을 국내로 돌리면 마땅히 내세울 게 없어 한편으로는 조급함도 흘러나온다.

윤 대통령은 올해 들어 집권 2년 차에는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과제를 포함해 국정과제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문제는 입법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체감이 가능한 변화를 만들려면 입법이 빠르게 뒷받침돼야 한다"며 "시행령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크다"고 밝혔다.

입법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당초 대통령실은 3대 개혁과제 중 노동개혁은 올해 안으로 최대한 매듭을 짓는다는 구상이었지만 근로시간 유연화가 '주 69시간제 논란'으로 번지며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총사업예산만 4억6000만원에 달하는 대규모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자칫 정부가 기대하는 방향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 노동개혁 로드맵에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과반 의석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 등을 국회에서 단독 의결하며 대통령실이 재의요구권(법률안 거부권)을 계속 행사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점도 부담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이기는 수밖에 없다"며 "지금과 같은 국회가 지속할 경우 임기 초반 내내 아무것도 하지 못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윤 대통령이 외교에 매진하는 것도 국내에서 손발이 묶여있는 만큼 외교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곧장 한-독일 정상회담과 한-EU(유럽연합) 정상회담이 연이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외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2023.4.2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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