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 침해”VS“바다가 사유지냐”…해루질 두고 어민·레저인 '갈등'

야간에 이뤄져 적발 어려워…단순 계도에 그치는 경우 많아

18일 경남 거제시 동부면 학동어촌계 마을어장(128호) 앞에 출입금지구역 안내 팻말이 붙어 있다.2023.05.18/뉴스1 ⓒ News1 강미영 기자

(거제=뉴스1) 강미영 기자 = 해루질을 즐기는 해양레저인들이 늘어나면서 삶의 터전인 어장을 지키려는 어촌 주민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루질은 바다에서 맨손으로 수산물 등을 채취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문제는 해루질 도중 마을어장이나 양식장 내에 들어가 무단으로 수산물을 채취하는 일이 빈번하게 생기면서 나타났다.

18일 통영해양경찰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5월까지 해경 관내 비어업인의 포획, 채취 위반 등으로 적발한 건수는 모두 76건이다.

해경은 최근 불법어구나 스쿠버장비를 이용해 수산물을 포획하거나 마을어장에서 양식 중인 수산물을 무단으로 채취하는 행위가 늘면서 오는 10월까지 불법 해루질 단속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루질이 주로 야간에 이뤄져 적발이 어렵고 설령 불법 해루질이 적발되더라도 수산자원관리법 등 법령의 유권 해석이 필요해 단순 계도에 그치는 경우도 잦다는 것이다.

해경 관계자는 “단순히 마을어장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벌이 안 된다”며 “또 마을어장 내라도 양식한 수산물이 아닌 무주물을 포획하는 것도 처벌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해삼 어장에서 해삼을 채취하는 건 불법이나 헤엄쳐 들어온 문어를 잡는 것은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민들은 불법 해루질을 단속해도 포획한 수산물을 몰래 바다에 풀어주거나 마을어장에서 포획하지 않았다고 발뺌하는 식으로 나와 적발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최정윤 한국자율관리어업 거제시연합회장은 “거제나 남해는 바다와 인접한 지역이 많고 접근성이 높아 해루질 인기 지역로 꼽힌다. 이 중 거제 학동마을어장은 매년 4000만~5000만원의 자부담을 들여 전복과 해삼 종패를 살포하는데 봄만 되면 외지 관광객의 해루질로 인한 피해를 꾸준히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에서도 임산물 채취 장면이 나오면 경고 문구를 송출하는데 수산물의 경우 그러지 않아 아쉬운 점도 있다. 물론 공유수면이지만 그 안에서도 매너 구역이 있다”며 “어민들의 생업이 걸린 문제이니 조심스럽게 접근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해루질을 즐긴다는 A씨는 “마을어장이 아닌 곳에서 해루질을 하더라도 어민이 신고해 실랑이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바다가 어민들의 터전인 것은 이해하나 특정인의 사유지인양 텃세를 부리는 건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박했다.

해양레저시설 운영자 B씨는 “일부 사람들의 비매너 행위로 인해 적법한 취미활동을 즐기는 레저인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 법의 한계가 있는 만큼 각자의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민원이 빗발치자 거제시 경우 지난 2021년 7월 일몰 후 30분부터 일출 전 30분까지 마을어장 내 해루질 행위를 제한하는 공고를 내고 10월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이는 제한사항 안내에 그칠 뿐 해경 단속의 근거가 되거나 별도의 조치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의된 ‘수산자원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각 지역에서 포획·채취기준을 조례로 규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한편, 비어업인이 허용되지 않은 도구를 사용해 수산물을 포획·채취하면 수산자원관리법에 의거 1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양식장 내에서 잠수장비를 이용해 수산물을 포획·채취하면 형법(절도)에 의거 6년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을 받는다.

myk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