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70년 독점 깰 ATS, 내년 말 문 연다… 달라지는 것은

문수빈 기자 2023. 5.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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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중개만 맡는 ATS, 상장 심사 등은 거래소가 전담
ATS 자리 잡으려면 한국거래소와 차별점 있어야
거래 시간·상품으로 승부…‘동일 기능 동일 규제’ 적용 범위가 쟁점

70년 가까이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한국거래소를 견제할 대체거래소인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의 등장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금융투자협회를 주축으로 한 ‘넥스트레이드’가 본격 채비에 나서면서다.

ATS의 등장으로 비용 측면에서 투자자의 이득이 일부 생길 전망이다. 하지만 ATS가 도입된다고 해서 한국거래소에서 살 수 없었던 종목을 매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 상장 기능은 여전히 한국거래소의 고유 업무다. 즉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통과한 기업 주식이 한국거래소와 ATS에서 동시에 거래되는 것이다. 상장폐지와 시세조종 감시 등도 한국거래소가 맡는다.

넥스트레이드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넥스트레이드는 금융감독원 심사 및 외부평가위원회의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ATS 예비 인가 신청서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예비 인가 신청서를 접수한 건 넥스트레이드가 유일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가) 정상적으로 심사를 통과할 경우, 다음 달 금융위가 예비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예비 인가를 받은 후 인적, 물적 요건을 갖춰 본인가까지 받아야 영업을 할 수 있다. 빨라도 내년 말 넥스트레이드가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레이드는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증권사 26곳, 증권 유관 기관 3곳, IT 기업 4곳 등 총 34개 회사가 출자한 회사로 지난해 11월 설립됐다. 초대 대표이사는 금융위원회 출신 김학수 전 금융결제원장이다. 이들은 한국거래소처럼 상장주권과 증권예탁증권(DR)의 매매, 중개, 주선, 대리 업무를 주요 영위 사업으로 할 계획이다.

ATS 설립으로 투자자의 거래 비용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투자자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통해 주문을 넣으면 증권회사는 해당 주문이 최선의 거래 조건에서 집행되도록 한국거래소 또는 ATS 중 하나를 선택해 거래를 집행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조건이란 상품의 가격과 투자자가 부담하는 수수료, 매매 체결 가능성 등이다.

이미 해외에선 복수의 거래소가 수수료 경쟁 중이다. 2021년 말 기준 미국의 ATS는 58개로, ATS 거래는 미국 전체 주식 거래의 약 1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1998년부터 ATS를 도입했다. 금융위는 일본이 ATS를 도입한 후 정규거래소인 동경증권거래소가 적극적으로 IT 부문 투자를 단행하고 주문 제도를 다양화했다고 평가했다.

우리 ATS는 거래 중개 기능만 있다. 이에 따라 넥스트레이드엔 한국거래소의 주요 업무인 기업의 상장 심사와 불공정거래를 적발하는 시장감시, 청산·결제 기능은 없다. 해당 기능들은 넥스트레이드가 한국거래소에 위탁해야 하는 셈이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ATS의 시장 감시 기능을 제공한 후 받을 수수료의 적정선을 찾기 위해 관련 연구 용역에 대한 입찰 공고를 냈다. 한국거래소는 ATS의 시장 감시 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추가 자원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비용 충당 측면에서 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ATS 인가 요건 설명회에서 금융위 관계자는 “(ATS의 기능 확장은) 운영 상황을 봐가며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즉 넥스트레이드가 매매 중개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한 뒤에야 시장감시와 청산·결제 등의 기능을 부여하겠다는 뜻이다.

사실상 반쪽짜리 한국거래소로 출발하는 넥스트레이드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존 거래소가 하지 못했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들이 한국거래소와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지점은 2개로, 거래 시간과 거래 상품이다. 일찍이 넥스트레이드는 금감원에 제출한 예비인가 신청안에 운영 시간을 오전 8시 30분에서 오후 11시 59분까지로 늘리겠다는 안을 담았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거래 시간(오전 9시~오후 3시 30분)보다 9시간 긴 수준이다.

거래 상품에 대해선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는 “(시장 초기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것들을 취급할 것”이라며 “제도 정비가 이뤄진 후에 (거래 가능 대상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넥스트레이드가 한국거래소와 중개라는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ATS는 한국거래소와 거래 플랫폼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완전히 같은 기능을 가진 회사는 아니다”라며 “‘동일 기능, 동일 규제’를 어디까지 적용해야 하는지는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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