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값 폭락하는데 전기‧가스요금은 인상, 왜?
LNG 현물가격 약 10달러 기록…지난해 8월 70달러 대비 폭락
천연가스 80% 장기계약 영향…원가 연동제 미비 한계도
정부가 최근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단행했지만, 정작 LNG(액화천연가스) 등 에너지 원자재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원가 반영 여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다. 장기계약 물량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LNG 거래 특성상 가격 변동이 뒤늦게 반영되는 구조를 속에서 향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LNG 값 오를 때나 내릴 때나 가스요금 인상?
글로벌 에너지 대란이 발생했던 지난해 대비 올해는 LNG 등 원자재 가격이 다소 내려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최근 요금 인상을 단행한 것을 두고 타이밍이 안 맞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LNG 가격은 지난해 2월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직후 급등하면서 지난해 여름엔 정점을 찍은 후 현 시점까지 서서히 하락 중이다. 실제로 동북아시아 LNG 시장인 일본·한국 가격지표(JKM) 현물 가격은 백만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지난 17일 기준 9.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68.8달러, 올해 1월에는 26.8달러 등을 기록하며 가격은 우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석탄과 석유, LNG, 원자력 등을 활용하고 있는 국내 전력 생산에서도 LNG는 약 30% 비중을 차지한다. 18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참여설비용량은 13만551MW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 LNG는 4만2108MW를 기록하며 비율로는 32%에 육박했다.
가스의 경우, 유럽 주요 국가들은 PNG(Pipe Natural Gas‧파이프천연가스)를 썼던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 등은 지리적 여건의 한계로 인해 LNG를 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전력 생산이나, 난방 연료 측면에서 LNG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필수 원자재에 속하는 셈이다.
80% 이상 장기계약 LNG…원가 반영까지 5개월 소요
LNG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소비자 가격이 인상되는 등 타이밍이 엇갈리게 된 데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LNG 계약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LNG 장기물량은 약 5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원가와 연동이 되는 구조다.
LNG 원가는 유가와 연동이 된 상태로 3개월 정도 후행 지표로 반영되고, 여기에 국내 원가 연동제 반영 시기인 2개월을 더 하면 약 5개월 후에야 반영이 가능한 셈이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쉽게 말해서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가스는 사실 지난해 가을에 구입한 것을 쓰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여기에 우리는 가스요금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사실상 정부가 요금 결정권을 쥐고 있어서 원자재 가격 변동이 반영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지난해 말 대비 3조원가량 증가해 총 11조6천억원에 달한 상태다. LNG 가격이 지난해 대비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원가가 소비자 가격보다 높은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1분기 가스요금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역마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요금이 경직된 구조 속에 갇혀있다 보니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 폭만 늘어난 셈이다.
유럽식 원가 연동제 도입 필요성…현실적 한계도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원자재를 수입한 이후에 실제 소비자가격에 반영까지 약 3개월 이상 걸리다 보니 늘 이런 문제가 생긴다"며 "지금이야 LNG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작년에 한창 비쌀 때 수입하면서 발생한 10조 이상의 적자 해소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가 당국과 협의 과정이 복잡하고 에너지 요금과 관련해 국민 여론을 우선 살펴야 하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현재로선 LNG 가격이 많이 안정화됐다고 하지만 과거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유럽은 원가 연동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니까 작동이 되지만, 우리나라는 가격을 낮추긴 쉬워도 올리긴 너무 어려운 구조라서 전통적 의미의 연동제 적용은 힘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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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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