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EU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

17일 유럽 경쟁당국 심사보고서 발표
“여객·화물에서 경쟁 제한 우려 있다”
유럽 문턱 못넘으면 기업결합 어려워
오는 8월 기업결합 승인 최종 결정 앞둬
대한항공, 우려 완화할 시정조처 내놔야

인천국제공항에 한국의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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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낸 가운데, 오는 8월 예정된 최종 심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경쟁 제한의 우려가 있다”는 유럽 경쟁당국의 판단을 뒤집을 묘안을 대한항공이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해보면, 대한항공이 시정 조처 제출을 통해 유럽 경쟁당국을 설득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합병 승인의 관건으로 보인다. 일단 유럽연합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기업결합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부터 아시아나항공과 결합을 추진해왔는데 미국·유럽연합·일본의 심사만 남겨둔 상태다. 이론적으로는 유럽 경쟁당국의 불승인을 받더라도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을 수 있지만, 유럽 사업만 분리할 수 없는 노릇이라 사실상 의미가 없다.

앞서 17일(현지시각)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에 대한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SO)를 공개하면서 “두 회사의 인수는 유럽경제권과 한국 간 여객·화물 운송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집행위원회 경쟁총국의 조사 끝에 내려진 판단이다. 집행위원회 심사는 2021년 1월 시작됐는데 시장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하에 지난 2월 2단계 심사로 넘어간 바 있다. 대한항공이 일부 노선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내려놓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집행위원회에서 경쟁법 관련 사건 조사를 담당하는 경쟁총국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 것이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이어서 이러한 판단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2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두 회사의 유럽 노선 합산 점유율은 69~100% 수준이다. 독점인 바르셀로나 노선 외 5개 노선은 노선별로 1개의 외항사가 경쟁하고 있는데 점유율이 13~31% 수준에 그쳤다.

이런 탓에 합병 승인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기업결합 심사 경험이 많은 한 경쟁법 전문가는 “유럽연합은 특히 역내 경제성장을 위해 경쟁법을 집행한다고 명문화돼 있을 정도로 심사가 까다로운 편”이라며 “통상 경쟁총국에서 내린 결론의 힘이 강한 편인데 경쟁 제한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 대한항공이 어떤 완화 조처를 내놓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최종 결론을 단정짓기는 어렵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5~2019년) 유럽 경쟁당국의 2단계 심사가 개시된 사건(46건)의 심사 결과를 보면 조건부 승인(27건·58.7%)이 가장 많았다. 이어 금지(6건·13%), 철회(7건·15.3%), 무조건부 승인(6건·13%) 순이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매우 부정적 상황이라면 보완하라는 말도 안 했을 것이고 바로 불승인으로 결론지었을 것이다. 우려 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시정 조처를 적극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