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베스트셀러를 향해서도 세이노(Say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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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낚였다!" 책을 집어 들고 서점을 나오면서 든 생각이다.
<세이노의 가르침> 이란 책을 처음 발견한 곳은 공항 서점이었다. 세이노의>
"세이노가 누구야?" "정가가 7200원이면 도대체 얼마가 남는 거야?" "이런 식으로 가격을 파괴하면 시장 교란하는 거 아닌가?" "가뜩이나 제작 비용이 올라 정가 인상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 책 때문에 고민이네!" "전자책 무료는 도서정가제 위반 아닌가?" 등, 부러움 섞인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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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세이노 지음 l 데이원(2023)
“나도 낚였다!” 책을 집어 들고 서점을 나오면서 든 생각이다. <세이노의 가르침>이란 책을 처음 발견한 곳은 공항 서점이었다. 넓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이 책은 서점의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단조로운 흰색 표지의 책 수십 권이 매대 위에 쌓여 있어 약간의 신비감마저 느껴졌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었으나 그때는 책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때 이른 무더위를 피해 찾아 들어간 대형서점에서 결국 이 책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하고 말았다.무려 730쪽이 넘는 책의 정가는 7200원. 도저히 믿기지 않는 가격이었다. 세간의 화제인 베스트셀러를 이 돈을 주고 사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웬만한 책의 가격이 2만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7200원은 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가격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전자책 무료’라는 점이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전자책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세이노의 가르침>은 출판계의 ‘뜨거운 감자’다. 출판사 대표들 서넛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이 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세이노가 누구야?” “정가가 7200원이면 도대체 얼마가 남는 거야?” “이런 식으로 가격을 파괴하면 시장 교란하는 거 아닌가?” “가뜩이나 제작 비용이 올라 정가 인상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 책 때문에 고민이네!” “전자책 무료는 도서정가제 위반 아닌가?” 등, 부러움 섞인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석 달 넘게 주요 서점의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면서, 책의 제작과정과 출판사에 대한 이런저런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955년생 흙수저 출신 순자산 천억 원대 자산가로 알려진 세이노는 2000년부터 한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렸고, 그렇게 모여진 글이 제본집으로 만들어져 카페 회원들 사이에서 6600원에 팔리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돈과 성공에 목매는 시대적 분위기를 틈타 올해 3월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책에는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온갖 고생을 겪은 이야기, 감명 깊게 읽은 책 추천, 상담을 요청해온 사람들과 나눴던 대화, 다양한 경험을 통해 깨달은 처세술 등이 펼쳐진다. ‘연놈’ ‘개소리’ ‘닭대가리’ 등, 좀처럼 책에서 만날 수 없는 거친 단어와 서슴없는 막말이 수시로 등장한다.
시대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어딘가 의지할 대상을 찾는 법. 그런 사람들을 위한답시고 자칭 타칭 대표선수들이 하나둘씩 등장한다. 지금이 딱 그런 형국이다. ‘대한민국 대표 자산가’에서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 ‘국민 멘토’ ‘무자본 창업가’ ‘대한민국 대표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요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책의 저자들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나름의 진리를 설파한다. 목소리가 높아지다 보니 자기 독선과 기만에 빠져든다.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으면서 자꾸만 불편한 생각이 든 건 단지 정제되지 않은 표현과 세련되지 않은 편집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냥 전자책으로 무료 다운로드해서 읽을 걸….” 절반도 다 읽지 못했다. 베스트셀러라고 다 좋은 책은 아니다. 베스트셀러를 향해서도 세이노를 외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홍순철/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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