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임신한 모양” 수군대도…그러면 어때?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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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임신한 모양이에요."
크리스 맬컴 벨크가 임신한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벨크 자신도 '퀴어들도 아이를 가지지만 나 같은 사람이 임신한 모습을 나 역시 거의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대부분의 세월을 남성 정체성으로 살아온 벨크는 어느 날 임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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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바이너리 마더
크리스 맬컴 벨크 지음, 송섬별 옮김 l 오렌지디 l 1만7500원
“남자가 임신한 모양이에요.”
크리스 맬컴 벨크가 임신한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이른바 ‘남성’처럼 여겨지는 그의 외모를 두고 한 말이었다. 벨크 자신도 ‘퀴어들도 아이를 가지지만 나 같은 사람이 임신한 모습을 나 역시 거의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대부분의 세월을 남성 정체성으로 살아온 벨크는 어느 날 임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의 배우자가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다. 생물학적 어머니와 자녀가 가질 수 있는 유대감이 그에겐 신비로웠다. 결국 벨크는 남성으로의 트랜지션을 미루고, 배우자 ‘애니’처럼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다.
책 〈논바이너리 마더〉는 논바이너리(성별 이분법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자 트랜스매스큘린(남성성을 더 강하게 느끼는 지정 성별 여성)인 벨크가 아이를 품고, 낳고, 그 아이의 법적 부모로 인정받기 위해 입양하는 과정을 기록한 ‘회고록’이다.
그는 임신·출산·양육 과정에서 끊임없이 들은 ‘마더’(엄마)라는 단어에 몸서리친다. 고뇌의 시간 속에서 그는 자신이 ‘엄마’가 아닌 ‘아빠’라는 걸 깨닫는다. 그는 책에서 부모‘다움’, 여성‘다움’ 등 세상이 규정한 모든 ‘다움’에 도전하며, ‘자기다움’을 찾아간다. 그 과정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해 온 한 인간에게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퀴어’ 부부인 벨컴과 애니는 정자를 기증받아 자녀 셋을 뒀고, 책을 출간한 이후 넷째를 낳았다. 다양한 가족 구성을 ‘자연스럽지 않음’으로 규정하는 사회에 이 가족은 또 묻는다. ‘자연스러움’이란 무엇인가.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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