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신영일의 ‘5월 이야기’에 귀 기울일 시간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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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기자로 법원을 취재하던 무렵 한 판사와 한담을 나누다, 그의 어릴 적 광주 집 기둥에는 총알 자국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다.
광주에 살았던 이들은 누구든 자신만의 '5월 이야기'가 있구나, 그래서 매해 5월이면 우리의 눈길이 광주를 향하게 되는구나 느낀 순간이었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80년대 광주 민중운동의 중심에 섰던 한 청년의 이야기다.
그는 공수부대가 전남대 교정을 장악한 1980년 5월17일 이후 몸을 숨기고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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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일 평전
광주의 불씨 하나가 6월 항쟁으로 타오르다
김형수 지음 l 걷는사람 l 2만원
법조 기자로 법원을 취재하던 무렵 한 판사와 한담을 나누다, 그의 어릴 적 광주 집 기둥에는 총알 자국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다. 날렵한 몸매와 세련된 정장, 누구보다 스마트한 그였기에 그날 대화는 유독 생경했다. 광주에 살았던 이들은 누구든 자신만의 ‘5월 이야기’가 있구나, 그래서 매해 5월이면 우리의 눈길이 광주를 향하게 되는구나 느낀 순간이었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80년대 광주 민중운동의 중심에 섰던 한 청년의 이야기다. 신영일은 박정희 정권이 종말로 치닫던 70년대말 전남대 교정에서 학생운동의 방향을 고민했고 암흑 같았던 1980년 5월을 견뎌낸 뒤, 1982년 광주교도소에서 40일간 단식투쟁으로 폐허가 됐던 광주 민중운동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1987년 6월 항쟁까지 재야운동의 현장에 있었던 그는,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듬해인 1988년 5월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 신영일의 행적을 영웅담으로만 묘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공수부대가 전남대 교정을 장악한 1980년 5월17일 이후 몸을 숨기고 나타나지 않았다. 책은 당시 그가 느꼈을 공포와 고민을 생생하게 재현해 독자를 공감시킨다. 친형처럼 의지했던 윤상원을 공수부대 총탄에 잃은 그에게, 항쟁의 현장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불로 지진 흔적처럼 가슴속 깊이 새겨졌다. 이후 현장에 투신했던 그의 삶과 치열한 단식투쟁은 이런 죄의식의 발로였을 것이다.
5월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한 문장을 헌법에 수록하기 위해 40여년 전 청년들이 흘린 피·땀·눈물을 새길 좋은 계절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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