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회장이 62년 전 고른 이름표 단 전경련...집 나간 4대 그룹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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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가 55년 만에 간판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꿔단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가입 여부는 혁신 방안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사안이며 전경련의 실질적 변화를 지켜 볼 생각"이라고 했고, 다른 4대 그룹 관계자도 "혁신안이 잘 준수되는지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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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직무대행 "과거 역할, 관행 통렬히 반성"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5년 만에 간판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꿔단다.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며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창립하던 당시 이름으로 되돌아간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정치 권력의 영향력에서 확실히 벗어나겠다는 뜻을 담은 쇄신책이어서 탈퇴한 4대 그룹(삼성전자·SK·현대차·LG)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진다.
전경련은 18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 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혁신 방향 및 혁신안'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①명칭 변경을 비롯, ②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전환 ③권력의 부당한 압력 차단 ④회장단을 확대해 업종별·이슈별 위원회 활성화 ⑤국민소통 강화 등이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과거 국가 주도 성장 시대를 지나 시장과 시민사회 역할이 커졌지만 전경련은 그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정부와 관계에 방점을 두고 회장·사무국 중심으로 운영됐던 과거 역할과 관행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말했다. 과거 국내 재계의 맏형 자리를 되찾기 위해선 먼저 조직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혁신안은 정치·행정 권력과 유착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윤리헌장 제정, 윤리경영위원회 설치도 같은 맥락이다. 위원회는 주로 일정 금액 이상이 드는 대외사업 등이 회원사에 유무형으로 부담을 주는지 따져본다. 전경련 관계자는 "위원은 회원사만이 아닌 시민사회 등 각계에서 추천받아 구성할 것"이라며 "특별회비나 기금 등 합법적이지 않고 도덕적이지 않은 사안을 모두 들여다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사·연구 집중해 이슈 변화에 대응... 활발한 정책 건의도
조사·연구 기능을 강화해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거듭나려고 전경련 산하 경제·기업 연구기관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 통합하기로 했다.
그동안 기업 관련 현안이 발생한 뒤 수동적으로 대응했다면 앞으로는 기업에 필요한 전망과 대안을 찾아 먼저 제시하겠다는 것. 국내외 전문가 네트워크를 강화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같은 글로벌 이슈 관련 연구 사업 등을 적극 추진한다. 다양한 분야와 계층의 젊은 기업인들을 적극 영입해 현재 11개사로 구성된 회장단 규모도 키운다. 또 업종·현안별로 위원회를 꾸려 각종 현안에 대한 정책 건의 등을 주도하게 할 계획이다.
전경련은 이런 방향성을 담기 위해선 이름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봤고 출범 당시인 1961년 썼던 한국경제인협회로 정했다. 전경련 측은 "초심으로 돌아가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4대 그룹, 전경련 재가입에 부정적... "좀 더 지켜볼 것"
전경련의 이런 변화는 탈퇴한 4대 그룹이 재가입할 수 있는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경련은 2016년 불거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후 회비의 75% 이상을 담당했던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회원사도 600여 개에서 420개로 줄었다.
김 직무대행은 부임 후 4대 그룹과 거리를 좁히는데 공을 들였다. 전경련 주도로 3월 일본에서 열린 한일 경제 협력 행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6년 만에 초대했다.
그러나 4대 그룹은 전경련 재가입에 신중하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가입 여부는 혁신 방안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사안이며 전경련의 실질적 변화를 지켜 볼 생각"이라고 했고, 다른 4대 그룹 관계자도 "혁신안이 잘 준수되는지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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