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원 오른 게 반등?"... 정부 '주간 집값' 통계, 무용론 확산
"정부가 상승 메시지 주는 꼴" 비판 커져
부동산원 불필요 의견, 곧 개편될 듯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통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매주 속보성 통계를 내는 과정에서 오히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전달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인데, 최근 일부 지역 집값 상승 통계를 두고 이런 지적이 쏟아진다.
0.01%↑ 전환… "정부가 올랐다는 메시지 주나"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부동산 현장에선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통계를 두고 적잖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1분기(1~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600여 건으로 최근 5년 1~3월 누계 거래량과 비교하면 63% 적은 수치다. 정부 규제 완화로 지난해보다 거래가 조금 늘긴 했지만, 여전히 침체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주간 통계만 보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값 하락폭이 눈에 띄게 줄고 있는 데다 일부 지역은 1년여 만에 주간 기준 집값 변동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최근 집값이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주간 통계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이런 해석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서울 용산구는 이달 1일 보합(0%)으로 돌아선 뒤 그다음 주 아파트값이 0.0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가격이 10억 원이라면 1주 동안 10만 원 올랐다는 얘기다. 시장에선 통계만 보고 '집값이 반등을 시작했다'고 풀이했지만, 10만 원 안팎 오른 걸 '지수 상승'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정부가 올랐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가 매주 들쑥날쑥한 점도 문제다. 줄곧 하락세던 성동구 아파트값은 5월 둘째 주 하락을 멈췄는데, 그다음 주 다시 하락(-0.02%)했다. 송파구도 최근 한 달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통계로 볼 때 크게 유의미한 수치가 아니지만, 시장에선 보합과 상승을 크게 받아들인다.
최근 상승 흐름을 보인 송파·노원구 등에선 집주인들이 잇따라 매도 호가를 높이고 있다. 노원구 상계주공10단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언론에서도 반등했다는 표현이 많이 나오자 집주인들도 어떻게든 더 받으려고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반면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무주택자들이 절대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면 안 된다"는 경고 글이 쏟아진다.
논란의 주간 통계, 곧 개편 이뤄질 듯
지난 정부 때도 집값 급등 시기에 통계가 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고, 결국 주간 아파트 조사 표본을 기존 9,400개에서 3만2,000개로 늘렸다.
그런데도 허점이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부동산원 주간 통계는 조사원이 직접 조사한 표본가격이 기준이 된다. 조사 기간 내 표본이 된 아파트에서 실거래가 이뤄지면 이를 표본가격으로 반영하지만, 거래가 없으면 인근 유사 단지의 실거래가나 매물가격(호가)을 활용한다. 유사 거래마저 없을 땐 최근 거래 사례와 호가를 활용해 표본가격을 산출한다. 결국 지금처럼 거래가 없을 땐 소수의 실거래 사례와 매물가격이 기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 주요 국가 가운데 주간 아파트 통계를 내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 최근 한국부동산원 자문위원회 회의에서도 이런 이유를 들어 주간 통계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주택 거래에 2, 3개월 걸리는데 주간 단위로 가격 흐름을 쫓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현재 감사원은 지난 정부 때 한국부동산원이 표본을 치우치게 추출해 통계를 왜곡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인데, 곧 결과가 나오는 대로 주간 통계 역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시장의 우려 사항은 잘 알지만 주간 통계 개편은 정부 소관"이라며 "감사원 감사 발표 뒤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을까 짐작만 한다"고 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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