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수성못 시민 품으로” 농어촌公 “소유권 변함없다”

박원수 기자 2023. 5. 19.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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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유원지로 각광받는 수성못… 관할권 두고 공방 격화
지난 17일 오후 하늘에서 본 대구 수성구 수성못 전경. 대구시·수성구는 한국농어촌공사와 관할권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김동환 기자

지난 17일 밤 대구 수성구 두산동 수성못 순환 산책로. 젊은 연인, 가족들, 나이 지긋한 부부 등이 삼삼오오로 산보를 즐기고 있었다. 주변의 카페나 커피숍도 사람들로 붐볐다. 이처럼 대구 도심 속 유원지·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는 수성못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시민들 품으로 수성못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는 대구시·수성구, “그럴 수 없다”는 땅주인 한국농어촌공사가 양보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의회는 최근 ‘수성못 소유권 반환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주민들과 수성못 반환 운동에 들어갔다. 수성구의회 측 주장은 “오래 전 주변 논밭에 물을 대는 저수지였던 수성못이 이젠 시민들을 위한 유원지로 바뀌었으니 한국농어촌공사는 소유권을 대구시나 수성구로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성못은 일제시대 때인 1927년 인근 논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106만3778㎡ 넓이에 둘레 2020m 규모로 만들어졌다. 저수지용 인공 저수지였다. 당시 대구에 정착해 수성을 일대에서 화훼농장을 하던 일본인 미즈사키 린타로가 주변 농민들과 함께 수성수리조합을 만들어 수성못 조성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수성못 일대 논은 택지로 변했고, 건물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수성못은 사실상 저수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1980년대 이후 주변 범어동·황금동·범물동 등이 개발되고 대구의 강남으로 발전하면서 시민들의 휴식처나 유원지로 성격이 바뀌었다. 현재는 인접 지역에 대형 음식점 등이 밀집한 들안길, 놀이기구 등이 있는 수성랜드 등이 들어서 있고, 수성못 안에는 각종 공연·행사들이 열리는 수상무대가 설치됐다. 못 옆으로는 산책로가 만들어졌다. 오리보트·유람선 등이 운영되면서 1970~80년대 이후 태어난 사람들에겐 어린 시절 가족나들이 추억의 장소로 남아 있다. 또 주변에는 카페·커피숍 등이 즐비해 연인들의 데이트코스이기도 하다.

반면 원래 저수지로 조성돼 소유권을 가진 한국농어촌공사는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소유권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1990년대 초 대구시 요구에 따라 수성못을 팔려고 했으나 대구시가 예산 부족 등으로 주변 도로와 제방 일부분만 사들인 뒤 추가 매입을 하지 않아 양측 간 매각 협상은 흐지부지됐다.

대구시가 수성못을 매입하지 않자 농어촌공사는 지난 2018년 9월 “2013년부터 5년간 수성못 주변 땅과 도로, 산책로 등의 사용료(임대료)를 달라”며 대구시(20억원)와 수성구(1억2200만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농어촌공사는 이 소송 1·2심에서 다 이겼다. 지난달 결론이 난 2심 재판은 “대구시는 18억3300만원, 수성구는 1억2200만원을 공사 측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구시와 수성구가 반격에 나섰다. 수성구는 지난 1월 농어촌공사에 대해 수성못과 관련한 지방세인 재산세 5년 치 8억7000만원을 부과했다. “무상으로 사용하던 수성못 인근 토지가 이제는 공공용도에 맞지 않기 때문에 재산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공사 측은 곧바로 재산세를 완납했다. 이어 국세청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로 지난해 분 21억원을 공사 측에 부과했다. 재산세가 부과되면 자동적으로 국세인 종부세를 내야 하는 시스템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연말쯤이면 그전 5년 치 종합부동산세로 50억원에 이르는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농어촌공사가 19억5000여만원의 5년 치 임대료를 챙기고 80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달성지사는 “농어촌공사는 규정대로 사용료를 징수한 것이고 소유권 이전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농어촌공사로서는 특별히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사 측의 이 같은 반응은 수성못 소유권을 대구시 등에 넘기면 비슷한 상황에 있는 전국 각지의 도심 저수지로 그 영향이 미쳐 반환 요구가 빗발칠 수도 있다는 우려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수성못이 대구 시민들에게 유원지와 휴식처로서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재인 수성못의 소유권과 관할 문제로 다툴 게 아니라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수성못이 있는 ‘수성을’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은 지난해 10월 폐지된 농업기반시설의 소유권을 지자체에 넘기도록 하는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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