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없어 개원조차 못한 전국 첫 ‘민관협력의원’
의료 취약지역인 농어촌 주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 최초로 시도한 ‘서귀포 민관협력의원’이 의사를 구하지 못해 개원이 늦어지고 있다.
18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2021년부터 42억8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일대에 ‘서귀포 365 민관협력의원’ 의원동 885㎡과 약국동 80㎡의 건물과 시설을 건립했다. 이 의원 1층은 진료실, 처치실, 방사선실, 검진실, 물리치료실, 주사실로 이뤄져 있고, 흉부방사선, 위·대장 내시경, 복부초음파, 물리치료장비 등 의료장비 15종 46대가 설치돼 있다. 서귀포시가 부지와 시설, 고가 의료 장비를 투자해 소유하고, 민간 의사와 약사에게 장기 임대를 통해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모형이다. 전국에서 처음 시도된 사례이다.
서귀포시 읍·면 지역은 노인 인구 비율이 높다. 그렇다 보니 만성질환으로 인해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주민이 많다. 이에 주민의 의료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고 비응급환자의 응급실 이용률을 낮추기 위해 2019년부터 민관 협력 의원·약국을 계획했다.
서귀포시가 제시한 시설사용료는 2385만1870원이고, 5년 단위 임대다. 의원은 휴일과 야간(오후 10시까지)을 포함해 365일 운영하고, 건강검진기관으로 지정받아야 한다. 의료인력도 내과, 가정의학과, 응급의학과 전문의 소지자 중 1명이 포함된 2~3명 이상 의사의 진료팀을 운영하는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서귀포시는 이번 사업이 ‘민관협력’ 첫 모델인 만큼 민간 의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서귀포시는 2월 15일부터 3월 3일까지 17일간 모집 공고를 마감하고 3월 19일까지 인력 채용 등 개원 준비를 마쳐 3월 20일에는 의원과 약국을 개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모 결과, 약국에는 약사가 8명 입찰에 참여해 기초가 대비 낙찰가가 3배 오르는 등 인기를 보였다. 그러나 의원에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서귀포시는 1차 공개입찰 당시 개원 시기가 촉박하다는 의견 등을 반영해 개원은 계약일로부터 45일 이내로 조건을 완화했다. 또 ‘365일 휴일·야간 22시까지 진료’ 조건은 개원 후 3개월간, ‘건강검진 기관 지정’ 조건도 개원 후 6개월간 유예기간을 두고 이번 2차 공모를 진행했다. 3월 13일부터 4월 12일까지 한 달간 진행한 ‘서귀포시 365 민관협력의원’ 운영자 모집을 위한 2차 공개 입찰에서도 응찰자가 없었다. 서귀포시는 이달 말까지 3차 공모에 들어갔지만 공모자가 나타날 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서귀포 민관협력의원’을 운영할 의사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태생적으로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 의원을 운영해야 하는 의사는 독립채산제 형태로 운영하기에 의료 인력 고용을 위해서도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의원이 들어선 지역인 서귀포 대정읍 지역은 농어촌 지역이라 진료받는 환자가 수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 의료계 한 관계자는 “민관협력 의원이 설립된 지역은 서귀포 시내에 떨어진 농어촌지역으로, 환자가 많은 곳이 아니다”며 “당연히 주말과 야간 환자도 많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의무적으로 야간과 주말에도 의사들을 고용해 병원을 유지해야 한다”며 “사실상 수익성을 남기기 힘든 구조이다 보니 의사들을 끌어들일 요인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운영 조건도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야간과 주말 진료 등 의무에 더해 건강검진기관을 지정받아야 하고, 내과·가정의학과·응급의학과 전문의 소지자 중 1명이 포함된 2~3명 이상을 고용해야 하는 등 운영 조건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 관계자는 “민관협력의원 잠재 이용 고객의 진료·처방 건수는 하루 2134건, 연간 52만4938건”이라며 “민관협력의원은 야간과 주말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려면 최소 2명의 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사들은 일한 만큼 적정한 보수를 받을 수 있고, 인근에 국제학교가 있는 영어교육도시가 있어 의료 수요가 충분하다는 점 등 장점을 적극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오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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