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시위대 제1 행동요령 “경찰 지시 따르라”… 도로 막으면 강경진압

뉴욕 경찰은 엄격하게 법 집행

지난 2020년 뉴욕시에서 조지 플로이드 치사 사건에 대해 열린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시위에서 시위대가 흥분해 경찰 지시를 어기고 불법 폭력 행위를 하자 뉴욕경찰이 즉시 제지하는 모습. 당시 통금시각 8시를 기해 일제히 강경진압에 돌입하기도 했다. /WNYC

미국은 수정헌법 1조가 ‘표현의 자유’인 만큼 최대한의 집회·시위 자유가 보장돼있다. 이는 경찰의 엄정한 공권력 집행과 이에 대한 시민들의 철저한 존중·준수를 전제한다. 뉴욕의 경우 연평균 2500여 건의 각종 행사와 시위가 열리는데, 미 최대 경찰 조직인 뉴욕경찰(NYPD)은 집회 관련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세분화하고, 이를 철저하게 현장에서 집행한다.

행사 주체나 참여자가 경찰에게 미리 허가받은 범위를 벗어나거나, 현장 지시에 불복하는 행위는 뉴욕에서 상상하기 힘들다. 행사 구역이 아닌 차도나 인도를 막거나, 건물 입구를 점거하거나, 허용된 시간을 넘겨 체류할 경우엔 당장 제재를 받는다. 경찰이 친 펜스를 한발짝이라도 넘었다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맨해튼 5번가 등 중심가는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특별한 공익 행사, 즉 부활절이나 9·11테러 추모일, 추수감사절 행사 등을 제외하곤 집회 허가를 내주는 일도 드물다. 특히 소음을 유발하는 확성기 사용 허가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학교·병원·종교시설·관공서 앞과 주거지에서 저녁 시간 등엔 아예 사용이 금지된다. 허가 없이 대규모 취식을 하거나 텐트·그늘막을 치는 것, 기념품 매매도 금지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돼 맨해튼 법원에 출석하는 장면을 보러 수만명이 몰렸을 때도 시민과 경찰이 철저히 질서를 지켰다.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겪은 경찰들은 무장한 채 “멈추지 말고 계속 걸어가라”면서 통행 질서를 다잡고 돌발 행동을 차단했다. 시민들은 경찰이 펜스 친 구역을 중심으로 수십~수백명씩 나눠서 육성과 악기, 피켓, 의상 등을 통해 평화로운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지난 4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맨해튼 지검에 기소된 후 두 번째 법정 출석이 예고된 날,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경찰이 쳐놓은 펜스 뒤에서 현수막과 피켓, 육성만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첨예한 정치적 대립에 따른 집회도 경찰 지시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이뤄지는 모습이다. /AFP 연합뉴스

뉴욕 시민단체와 노조 등의 시위 가이드라인에서 첫손에 꼽는 행동 요령은 ‘경찰 지시에 따르라’이다. 뉴욕시민자유연맹은 “경찰이 서라면 서고, 가라면 가라” “저항하거나 대들었다간 가중 처벌된다”고 안내한다. “(집회 참가자는) 자신의 몸에 지인의 비상 연락처와 자기 이름, 생년월일 등 인적 사항을 적어두라”고도 조언한다. 시위 과정에서 체포되고 휴대폰을 압수당하거나, 최루탄·고무탄을 맞아 의식을 잃는 상황에 스스로 대비하란 뜻이다. 그만큼 시위가 격화하면 경찰이 거칠게 진압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2020년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시위가 격화하자 NYPD가 밤 8시를 기해 야간 통행 금지령을 내렸는데, 8시 정각이 되자마자 경찰이 곤봉으로 때리고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며 강경 진압하는 일이 나타났다. 당시 경찰차를 부수고 상점을 약탈한 일부 폭도들은 끝까지 추적해 처벌했다. NYPD 등 미국 대도시 경찰들은 케틀링(kettling·가둬놓기)이란 진압 방식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시위가 격화돼 공공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방어선 등을 이용해 시위대를 일정 구간에 몰아 가둬놓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