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야드 넘는 장타… 여자골프 판도 바꾸는 ‘19세 방실이’
“가장 좋아하는 클럽은 퍼터예요. 어릴 때부터 샷보다 퍼팅 연습할 때가 더 좋았어요.”
올 들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스타로 떠오른 방신실(19)은 18일 전화 인터뷰에서 뜻밖의 얘기를 했다. 가장 좋아하는 클럽이 드라이버가 아니라 퍼터라는 것이다. 그가 300야드 넘나드는 장타를 앞세워 일약 화제 중심에 올랐다는 걸 고려하면 의외였다. 그는 지금 같은 압도적 비거리를 갖춘 건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원래도 장타자인 편이긴 했는데 지난 동계 훈련 때 20야드쯤 더 늘었어요.”
방신실은 최근 주춤하는 한국 여자 골프에서 돋보이는 기대주다. 173㎝ 훤칠한 키의 그가 장타를 터뜨릴 때마다 수많은 갤러리가 “시원~하다!”면서 탄성을 내지른다. 방신실은 3년간 국가대표를 지내며 여러 아마추어 대회를 석권해 오래전부터 대형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KLPGA 투어 시드전 40위에 머물러 올 시즌 1·2부 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1부 투어 두 대회에서는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 속해 우승 경쟁을 벌였다. 지난달 30일 메이저 대회 KLPGA 챔피언십 공동 4위, 지난 14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공동 3위로 아깝게 우승을 놓쳤지만 골프 팬들 관심은 더 뜨거워졌다. 18일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조별리그 2라운드에선 이채은(24)에게 2홀 차 승리를 거두며 2연승을 달려 또다시 우승 기대를 모은다.
그는 국가대표 시절 맞붙었던 태국 나타끄리타 웡타위랍(21)이 자신보다 50야드 이상 멀리 치는 것을 보고 거리를 늘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웡타위랍은 올 시즌 미 LPGA 투어에 데뷔해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2위(281.96야드)를 달린다. 하지만 방신실은 2021년 건강검진에서 갑상샘 항진증 진단을 받아 일단 회복에 집중해야 했다. 체중이 10㎏이나 급격히 줄고 땀이 쏟아졌다. “숨이 너무 차서 빈 스윙 한 번만 해도 헉헉거릴 정도로 힘들었어요. 근육을 키우거나 달리기 같은 체력 훈련도 맥박이 심하게 뛸까 봐 병원에서 못 하게 해요.” 성적에 기복이 심해졌고, 더운 여름 날씨엔 어지러워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그냥 버티자는 생각밖엔 없었어요.”
요즘도 약을 먹고 있지만 거의 완치 단계라고 했다. 체중이 회복되면서 지난 겨울 두 달 반 동안 매일 1시간 30분씩 스윙 연습 기구인 스피드 스틱을 휘두르며 비거리 늘리는 훈련에 집중했다. 드라이버를 잡고 100%의 힘으로 연속 10번 샷을 하는 훈련도 했다. 지난 3월부터는 팔로 치는 스윙에서 힙 턴(hip turn) 스윙으로 교정에 들어갔다. “정확성이 높아졌고 체력 소모도 덜하고 비거리도 조금 더 늘었다”고 했다. 스윙 스피드는 최고 시속 109마일, 평균 104마일 정도라고 한다.
KLPGA 챔피언십 나흘간 그는 290야드 넘는 드라이브샷을 7번 쳤다. 최장 기록은 4라운드 13번홀(파4·416야드) 320.1야드였다. NH투자증권 대회 1라운드 11번홀(파5·515야드)에선 드라이브샷 285.5야드, 세컨드샷 234.5야드로 투온에 성공한 뒤 6m 퍼트를 넣어 이글을 잡았다. 조건부 시드를 갖고 있어 1부 투어 각종 순위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하지만, 방신실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64.57야드로 비공식 1위다. 공식 랭킹 1위 김수지(27)의 258.9야드를 넉넉히 앞선다.
이름 때문에 ‘방실이’란 별명이 있어도 경기할 땐 무표정을 유지한다. “감정 기복이 생겨 다음 샷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누르고 냉정해지려고 해요.” 우승 문턱에서 나온 몇 차례 샷 실수에 대해선 “당연히 아쉬웠지만 후회는 없고 스스로 더 단단해진 것 같다”고 했다. 일단 내년 1부 투어 전 경기 출전권 확보가 목표다. “100m 안쪽 웨지 컨트롤 샷은 자신 있고요. 퍼팅도 자신 있습니다!” 그는 “우승을 하면 너무 좋겠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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