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국교위 위원장 “정답찍기 수능 그만, 논·서술형 도입하겠다”
8개월 전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대학 입학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이배용 국교위 초대 위원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객관식만으로 이뤄진 수능 문제에 논·서술 문제를 일부 도입하고, 점차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객관식 수능으론 학생들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수능은 채점상 편의를 위한 것이지 학생들을 위한 게 아니라고 했다.
1994년 도입된 오지선다형 객관식 수능의 문제점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채점의 공정성 등 우려로 논·서술형은 실현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객관식 시험을 유지하면 교육 내용이 안 바뀐다”면서 “인공지능 챗 GPT가 등장하는 시대에 ‘정답 찍기’ ‘주입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시험이 바뀌어야 수업 내용도 독서 후 토론 등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쪽으로 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논·서술형 수능 도입은 2028학년도 이후가 될 전망이다. 현재 중2가 대학에 가는 2028학년도 입시안까지는 교육부가 만드는데, 당장 다음 달 시안을 내놓고 의견 수렴을 한 뒤 내년 2월 확정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임기 중 입시는 안 바꾸겠다”고 수차례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도 “2028학년도 입시에 논·서술형을 도입하기엔 시일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8학년도 이후 국교위가 직접 만드는 대입 개편안에 논·서술형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논·서술형 수능 대상이 어떤 학년이 될지에 대해선 “아직 미정”이라고 했다. 국교위는 현재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적용되는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계획’을 만들고 있는데, 여기에 새로운 대입 정책 방향도 담을 예정이다.
한국근대사를 전공한 사학자인 이 위원장은 한국사 교과서의 편향성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그는 현재 교과서가 여전히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과(過)만 서술하는 등 편향됐다는 지적에 대해 “교과서는 연구자 개인의 논문이 아니라 학생 지도서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의식과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균형 잡힌 내용이어야 한다”면서 “학생들이 일제시대, 6·25전쟁을 딛고 이만큼 번성한 대한민국에 대해 자긍심을 갖도록 해줘야지, 자학사관에 빠지게 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80% 가까이가 ‘근현대사’를 다루는 것에 대해 “근현대사도 중요하지만, 세종대왕·이순신·한글 창제도 가르쳐야 한다”면서 “중학교 때 배우더라도, 기본기는 고교 때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아이들을 역사 현장에 자주 데리고 가자”고 제안했다. 우리 선조들이 창의성으로 만들어 낸 문화유산을 직접 보면 책 읽는 것보다 100배 이상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초등학생에게도 맨날 똑같은 역사 공부 시키지 말고, 우리 역사 위인 중에서 ‘멘토’를 찾아주자”면서 “세종대왕, 장영실, 이순신 장군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힘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학교 교육에서 강화해야 할 것으로 ‘운동’과 ‘합창’을 들었다. 그는 “요즘 시험 공부에만 매달려서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음악·미술을 하는 아이들이 없다”면서 “운동으로 심신을 단련할 뿐 아니라 규칙을 익히고 합창을 통해서는 화합·협력을 배우는데, 이런 활동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3년 임기 중 꼭 추진하고 싶은 것으로는 ‘학제 검토’를 들었다. 초등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으로 된 학제가 수십 년간 이어져 왔는데, 신체 발달과 사회 환경이 이전과 다른 요즘 세대들에게 맞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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